

한국 조선 3사,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액 11.5조 원 돌파
올해 상반기 동안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총 52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 금액이 11조5000억 원(약 83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한 해 동안의 전체 수주 실적인 10조 원(45척)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업계는 이를 두고 “컨테이너선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덜 요구되고 중국 조선사들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은 컨테이너선 분야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비해 단가가 낮고, 제한된 도크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선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선박의 친환경성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3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80%까지 감축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후 선박을 친환경 고가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해운사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친환경 기술을 갖춘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으며, 2만 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 환산단위)급 선박의 가격이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도 다시금 경쟁력을 갖고 해당 시장에 적극 진입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HD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HD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HD KSOE)은 1조4000억 원(약 18억 달러) 규모의 1만59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HD현대 계열 조선소는 올해에만 44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으며, 이 중 59%에 해당하는 26척이 중유와 함께 LNG, 암모니아,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로도 운항 가능한 이중연료 선박이다. 또한 이들 선박은 배기가스를 재활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는 폐열 회수 장치 등 다양한 탄소저감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선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만2000~2만4000TEU급 신규 컨테이너선의 평균 건조 가격은 2020년 5월 1억4500만 달러에서 지난달 2억7350만 달러로 약 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LNG 운반선 가격은 1억8600만 달러에서 2억5500만 달러로 올라 증가폭이 비교적 낮았다. 상대적으로 컨테이너선의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파른 셈이다.
한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초대형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술력 면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선가가 LNG선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면서 이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무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부 요인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컨테이너선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고, 미국의 대(對)중국 조선업 견제 정책도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에서 건조되었거나 중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에 대해 순톤수(NT)당 50달러의 항만 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수수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선 생산의 약 70~80%를 중국 조선소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산 선박 공급의 감소 가능성이 이미 글로벌 가격 형성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