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한복판에서 명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한다…‘캉카스백화점’ 현장 르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캉카스백화점 강남 메종점’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로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중고 명품 전문 백화점을 표방하며,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캉카스백화점은 소비자가 매장 내 상품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직접 결제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신, 판매 직원(셀러)과 1:1로 매칭되어 제품을 상담받고 구매하는 형태다. 이 시스템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고가의 중고 명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기자가 직접 이 매장을 방문해 대기번호를 받고 약 5분 정도 기다린 뒤 셀러와 함께 중고 명품이 전시된 각 층을 둘러봤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등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의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2층은 주로 구찌 중심, 3층에는 샤넬 시그니처 백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고가의 명품 시계도 눈에 띄었다.
그 외 층에는 남성 의류 및 가방, 펜디, 지방시, 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다양한 브랜드가 분포돼 있었지만, 한 셀러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객이 지하 1층과 2~3층까지만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간다”고 설명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방문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중고 명품을 구매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판매도 가능한 구조다. 판매 희망자는 제품을 맡기면 감정 전문가가 해당 제품의 가치를 평가한 뒤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판매자가 가격을 제시하면, 캉카스는 해당 제품을 위탁받아 대신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가 발생하며, 감정은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진행하기 때문에 가품에 대한 우려는 적다.
캉카스는 2018년 영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강남 메종점과 대구점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 최대 중고 명품관’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명품 구매가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각광받았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이에 맞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명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명품 커머스 앱 이용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명품 커머스 앱인 트렌비, 발란, 머스트잇, 오케이몰 등의 1월 사용자 수는 총 86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프라인 중고 명품 매장은 여전히 수요가 꾸준하다. 특히 고가의 중고 명품일수록 고객들은 직접 보고, 만져본 뒤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온라인 거래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고급 소비자들의 니즈를 오프라인 매장이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