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 속 기준금리 셈법 복잡해져, OECD는 내후년 경기 반등 예고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4%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3개월 연속 상회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2.35%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어 한국은행이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더 길게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 가격 지수가 작년보다 5.6%나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쌀 가격이 18.6%, 귤이 26.5% 급등하는 등 신선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서민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율 변동성과 통화정책의 딜레마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4회 연속 동결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칠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이 현재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에 한 차례 정도의 추가 인하가 있은 뒤 장기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 회의에서 “상반기 급등했던 가공식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빈번한 강우 등 기상 여건 악화와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농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2025년 성장률 1% 전망 유지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발표와 동일한 1%로 유지했다. 이는 한국 정부나 KDI, IMF가 제시한 0.9%보다는 소폭 낙관적인 수치다.

주목할 점은 2026년 이후의 흐름이다. OECD는 한국 경제가 2025년 바닥을 다진 후,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2.1% 성장하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세가 살아나고 있다(Growth is picking up)”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기 반등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재정 부양책의 효과와 수출 시장의 리스크

OECD는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을 방어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재정 부양책을 꼽았다. 올해 두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자금이 투입되었으며, 특히 소비 쿠폰 발행이 일시적이나마 내수 진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재정 지원은 지속 가능한 장기 재정 프레임워크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면 대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이 성장을 지탱하겠지만, 관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중기적인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 시장 변화와 구조 개혁 과제

긍정적인 신호는 노동 시장에서 감지된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고용 규모가 확대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이러한 노동 공급 확대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성장 잠재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무역 장벽을 낮추고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성화하는 한편, 공공 부문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산업 분야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계 소득 증가분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이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편,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신중론과는 결이 다른 조언을 내놓았다. OECD는 내수 부진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물가와 환율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