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해상 안전불감증...낚싯배 불법영업, 해결방법 없는가?
[외부기고] 해상 안전불감증...낚싯배 불법영업, 해결방법 없는가?
  • 이재찬 외부기고가
  • 승인 2018.02.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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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재찬 외부기고가]

낚싯배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선장과 낚시꾼의 안전불감증이 해상사고의 위험 뿐 아니라 정부의 인적ㆍ물적 비용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5시,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에서 낚시 어선 A호(9.77t급)가 출항했다. 이 어선에는 겨울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선박위치식별장비(AIS)를 단 이 낚시 어선은 출항 후 오전 6시 52분 해경의 관제 시스템에서 사라졌다.

해경과 해군에 비상이 걸렸다. 오전 7시 21분 영흥파출소 직원이 간신히 A호 선장 B씨(66)와 전화통화를 했다. 선장은 덕적면 목덕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라며 안전하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2시간가량 AIS 신호는 잡히지 않았고 선장과의 통화도 끊어졌다.

해경은 인천뿐 아니라 인근 평택과 태안을 관할하는 경비함정까지 총 14척을 투입했고 해군도 함정 9척을 지원했다. 해경 헬기 3대와 해군 헬기 1대도 대대적인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결국 낮 12시 30분쯤 돼서야 다시 선장과 통화가 연결됐고 1시간 뒤 해경 헬기가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 있던 A호를 찾았다. 해경이 당일 A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수색에 동원한 헬기와 경비함정의 유류비용 등을 집계한 결과 총 2,000만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조업금지 구역서...위치장치 끄고 불법영업 기승

대부분의 낚시 어선은 캄캄한 새벽 일찍 출항해 오후 4∼5시 귀항하는 '당일치기' 운항을 한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명당'을 선점하기 위해 과속은 비일비재하다. 더 많은 고기를 잡게 해달라는 낚시꾼들의 요구가 무리한 운항을 부른다.

선주 B씨는 "승객들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끄고 먼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며 "고기를 잡지 못하면 승객들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주 C씨는 "1인당 7만~10만 원을 받고 보통 20명의 손님을 태워 바다로 나가는데, 현지 사정으로 운항이 취소되면 그날 수입인 200만 원 정도를 허탕 치게 된다"며 "서울 등 멀리서 온 사람들은 교통비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아도 위험을 감수하고 운항하는 선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선주 D씨는 "20명 정원인데 친구를 한 명 더 데려왔다고 사정하면 추가로 태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낚싯배는 어선 기준을 적용받아 선원 1명만 승무 기준으로 규정돼 있는 등 안전 관리도 미흡하다. 선장 혼자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점심 준비를 하고 20명의 손님을 상대하느라 조타실을 비우기도 한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오후 7시 18분 제주시 추자도 남쪽 15㎞ 해상에서 전남 여수 선적 저인망어선 203현진호(40t)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원 8명중 6명이 구조됐지만 1명은 끝내 숨졌고 나머지 2명은 실종된 상태다. 203현진호가 뒤집힌 채 발견된 추자도 남쪽 15㎞ 해상은 조업이 금지된 구역이다. 불법조업을 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3현진호는 당일 오전 5시 36분 제주시 한림항을 출항하면서 위치발신장치(V-PASS)로 자동 출항신고를 한 후 16분이 지난 시점에 V-PASS가 꺼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불법 어로행위를 숨기기 위해 V-PASS를 끄고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본다. 다행히 인근 지역을 지나던 선박이 발견, 신속하게 구조작업이 이뤄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
 
해상에서 어선 사고가 났다하면 어김없이 불법행위가 들통난다. 최근 사고가 끊이지 않는 낚시어선의 경우 3년간 적발된 위반사례(84건)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형별로 보면 영업구역 위반이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구명조끼 미착용 15건, 신고확인증 미게시 12건 등이다.

해상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낚시 어선의 불법 행위도 크게 늘고 있다. 바다낚시 이용객은 2013년 205만 명, 2014년 246만 명, 2015년 281만 명, 2016년 342만 명, 지난해 414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구명조끼 미착용, 영업구역 위반, 승선정원 초과 등으로 해경에 적발된 건수는 2013년 166건, 2014년 143건, 2015년 554건, 2016년 853건, 지난해 537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어자원이 풍부한 조업금지 구역 내 '명당'을 선점하고, 다른 어선에 이런 명당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치발신장치를 꺼놓고 조업하는 낚시 어선이 기승을 부린다. 어선법에 따르면 V-Pass, AIS, 초단파대 무선전화(VHF-DSC) 등 위치 확인이 가능한 운항장치 3개 가운데 하나 이상을 반드시 설치해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출항 때만 이들 장치 중 하나를 작동하고 이후 어선이 조업구역을 이탈하면서 장치를 끄는 경우다.

제주해상 어선 전복사고...선장ㆍ승객의 안전의식 절실

해경 관계자는 "V-PASS 전원을 고의로 꺼두면 해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선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구조가 늦어진다"며 "장치가 꺼졌을 때마다 경비함정과 헬기를 투입하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해경은 올해 3차례 이상 낚시어선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등과 함께 대규모 합동단속도 할 예정이다. 해경은 또한 상습적으로 위치발신장치 등을 끄고 조업구역 밖에서 영업하는 낚시 어선에 대해서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보다 처벌이 강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이은 해양안전사고,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언제쯤 고쳐질까? 많은 인명피해를 낳는 대형 참사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안전불감증' 문제는 계속 불거지고 있다.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를 키우는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명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소홀해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물론 제도상의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선 V-PASS를 일부러 끄고 조업하더라도 처벌은 과태료 10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처벌의 경중을 떠나 해상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주와 이용객들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지 않을 수 없다. 소탐대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한순간의 지나친 욕심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그로 인해 가족과 지인에게도 슬픔을 준다는 생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 : 이재찬 외부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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