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자유한국당 살아남기…철학과 가치 만들고 민생ㆍ국정외면 정당 벗어야
여의도에서 자유한국당 살아남기…철학과 가치 만들고 민생ㆍ국정외면 정당 벗어야
  • 홍세아 편집위원
  • 승인 2017.12.14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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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아 칼럼] 발목 잡힌 '종북' 프레임 이겨내야…정당으로서 살 길 나온다

[데일리즈 홍세아 편집위원]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보수는 없어져야 할 적폐인가'라는 물음이 오늘날의 정치사에서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이 여론조사 결과 공개에서 한국당 정당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한 11%로 나타났다.

지난달 추석 명절 이후 여야 5당 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0% 중후반, 한국당은 10% 초반, 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은 한 자릿수에서 고착화돼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 진보적 여당에 대비되는 야당으로서의 이슈적 한계, 대통령 후보급 리더의 부재, 계파간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된 당권경쟁 등 비전략적 판단이 한국당 위기라고 꼬집는다.

그 대부분의 이유가 종북 프레임과 색깔론에 기반한 정책과 집행부의 멘트에서 기인한다.

지난 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홍준표 대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사파라는 말이 금기사항이 됐지만, 전대협 주사파들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4일에는 정용기 원내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종북ㆍ용공인사를 특별사면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차원에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에도 전희경 의원은 국정감사에 나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앞에서 "주사파 전대협ㆍ운동권이 장악한 청와대 인사들의 면면답다. 북한식 사회주의에 대해 입장 정리가 안 되신 분들이 청와대 내에서 일하니까 인사사고가 발생하고, 정작 중요한 안보ㆍ경제는 하나도 못 챙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류여해 최고위원은 포항 지진을 두고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한 정당의 최고위원이 '아무말 대잔치'급 헐뜻기를 하고 있다. 종북도 모자라 무조건 깍아 내리고 보자는 셈이다.

한국당은 '종북'이 아니면 여당과 청와대를 걸고 넘어질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와 '종북'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일관된 흐름이 읽힌다. 그게 아니면 하늘의 뜻으로도 해석한다.

여기서 정치전문 매체 '시사오늘'에 따르면 '북풍(北風)'은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권 결정을 하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고, 그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른바 'NLL 북풍'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넘어서며 상승했다.

송 전 장관 회고록으로 당시 새누리당이 늘상 하던데로 '문재인=종북'이라는 재미를 보려 했지만 유권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종북 프레임’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는 '시사오늘'의 분석이다.

한 이론에 따르면, 한국당이 '문재인은 종북'이라고 주장할 때 '문재인은 종북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경우 유권자들의 뇌리에는 '문재인'과 '종북'이라는 이미지만 남는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동'은 이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로, 문재인 캠프는 새누리당의 'NLL 포기' 주장에 대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맞섰고, 선거는 패배했다.

반면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달랐다. 문재인 캠프는 한국당이 들고 나온 종북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고 '가짜 안보' 프레임으로 역공을 가했다. 유권자들은도 더 이상 보수세력의 '종북' 프레임에 반응하지 않았다.

보수의 '종북' 프레임…자기 목을 조르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

지난 6월 한국당이 개최한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언제까지 종북 프레임으로 60대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만 붙들고 있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반성이 제기됐다.

한 보수세력의 정치인도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말이 더 이상 안 먹힌다는 것은 한국당도 알고 있다. 홍 대표가 그렇게 말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잘 알고 있는 한 대학교수도 "한국당이 선거 전략으로 종북 프레임을 쓸 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진보와 종북을 묶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굳이 '민주당이 종북'이라고 하지 않아도 한국당을 찍을 확률이 높다. 중도층을 잡으려면 오히려 종북, 좌파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 않는 쪽이 낫다.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한국당이 집토끼를 잡으려고 종북을 외친다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이든 한국당이든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당은 공통된 이익을 위해 뭉쳤다 흩어진다. 이는 진보 쪽도 마찬가지이지만 새누리당이었다가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눠지는 것을 보면 공천 싸움밖에 안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정당은 정치적인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집단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상을 나누는 '공통된 주의(主義)'가 부재하다면 '이익 개념으로 모인 집단'일 수밖에 없다고 홍 대표는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간 <정치의 공간>에서 한국 보수정당의 생명력이 다했다며 "한마디로 좋은 시절은 끝났다.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둘러싼 이념과 가치, 비전으로 다투는 자유경쟁의 시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진보와 그들이 말하는 좌파와 싸울 때 필요한 '이념과 가치'라는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이것이 부족해지면 네거티브(Negative), 즉 '흑색선전'으로 이전투구를 걸어왔다.

실제로 그간 여의도에서 보수는 친이ㆍ친박ㆍ비박ㆍ진박에서 친홍ㆍ비홍까지 많은 계파가 있었지만, 이들은 일관되게 '보스'가 결정한 대로 따르는 것뿐이었다. 구심점이 탄핵된 후에는 그 구심점 마저 출당 시키며 자중지란을 키웠다.

이것을 '시사오늘'은 현재 한국당이 직면한 위기로 보고 그 본질은 '철학의 부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념적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이권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보수, 한국당은 진짜 보수고 아닐뿐더러 정당으로서의 더 이상의 경쟁력도 상실했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날 갑자기 이승만과 박정희 사진 옆에 김영삼 사진까지 걸겠다고 하면 보수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다만 그 보수라는 가치가 국민들을 생각하고 경제를 돌보고, 국방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반짝이는 '금빼지'의 현란함에  어깨에 들어갈 힘을 계산하고 이어지는 자손 만대의 권력만 눈 여겨 본다면 다음 총선에는 제3당, 제4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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