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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바꾸는 '역사의 한 포인트'와 안철수의 도전
강정욱 기자  |  dailie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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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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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강정욱 기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모티브가 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일은 그러한 인과관계가 있다. 거대한 사고는 29번의 전조 증상이 있다는 하인리히법칙 (Heinrich's law)처럼 변화와 변혁 역시 충분하게 감지되는 사전 징후를 가지고 있다.

며칠 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1931∼2005)의 전 부인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세상을 떠났다. 비운의 황세손비는 마지막도 쓸쓸하게 마무리했다. 당시 제한제국은 황세손며느리가 쓸쓸할 것을 알았을까?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조선의 모든 권한은 조선 황제로 국한'시켰다. 백성은 가끔 어여삐 여기거나, 따라야만 하는 부속이다. 당연히 전제주의 왕권체제에서 백성의 주권은 없는 것이다.

을미사변(1895년)과 아관파천(1896년)을 겪은 조선은 외세의 극심한 내정간섭을 벗어나기 위한 약소국의 몸부림이었지만 근대국가를 꿈꾸면서도 전근대적인 면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그런 사고를 꿈꿀 수 없었겠지만…

한일합방(1910년) 역시 '조선 황제의 모든 권한을 일왕에게 위임'하는 조서로 꾸며졌다. 이 때도 국민들은 안중에 없었다.

한일합방 이후 독립운동은 거세게 이어졌다. 일본 제국주의 치하인 만큼 형식적으로는 외세로부터 독립이었지만 내용으로는 '국민주권의 생성'이다.

그러한 3ㆍ1정신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묻어나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성립 시기를 1945년이나 1919년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다.

여기서 역사를 보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독립운동이 일본에 대항하기 위한 게 아니라 '민족 생존', '자주 민권'이라는 것은 과거 식민사관을 벗어나면서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다.

1919년 종로 태화관에 벌인 33인의 독립선언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한 달 만에 퍼져 그해 4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만세운동으로 이어졌고 이에 고무된 중국 청년들도 5ㆍ4운동을 전개한다.

일제의 잔인한 탄압으로 인해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은 3ㆍ1운동 이후 폭압적인 무단정치를 유지하고 전쟁일변도를 바꾸지 못한 채 패망을 맞았다. 3ㆍ1운동의 파급력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하인리히법칙처럼 29번 보다 많은 큰 사건과 300번 보다 더 많은 작은 사건을 간과했다. 1919년 3ㆍ1운동이 1945년 일본을 패망시키는 역사의 포인트가 된 것이다.

역사는 흘러 해방 후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가 반 인권적인 방법으로 한반도를 억누르고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화를 짓밟으며 시작된 현대사의 우여곡절은 아직까지 완전 해소되지 못한 채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에서도 역사의 한 포인트가 발생한다. 1985년 12대 총선 당시 이민우 총재가 이끄는 신민당(신한민주당)이 단초를 마련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민정당(민주정의당)이 148석을 가져갔지만 신민당이 상상도 못할 67석을 차지했다.

해금 정치인 등 민주협(민주화추진협의회)이 주고하는 신민당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며 집권 민정당에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그간 미국에 머물고 있던 김대중이 귀국하자마자 연금됐지만 김영삼 공동의장과 김상현 공동의장대행으로 움직이는 '민주화 바람'은 만만치 않았다.

불공정한 선거제도 덕분에 민정당이 1당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득표율로 보면 민정당은 35.2% 신민당은 29.3% 민한당은 19.7% 국민당은 9.2%으로 정통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신민ㆍ민한 두 야당의 득표율이 집권 여당보다 14% 앞섰다.

이로부터 정세는 급변한다. 총선의 충격 속에서 전두환은 1979년 12ㆍ12사태 때 수도방위사령관으로서 자신과 함께 쿠데타를 주도한 노태우를 민정당 대표위원이라는 직책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노태우는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고 민주화의 물꼬를 활짝 열게 된다. 1985년 12대 총선 결과가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는 포인트가 되고 말았다.

세번째 장면, 지난 2016년 4월 여당의 공천파동은 가히 코미디를 방불케 했다. 여당 대표는 옥쇄를 쥐고 부산행을 탔고, 공천위원장은 밀실 공천을 넘어 반대 당이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국민들은 뉴스를 끄기 시작했다. 전국 투표율 54.2%의 20대 총선 결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이었지만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이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보수세력의 참패를 가져왔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는 국정농단과 맞물려 박근혜를 탄핵하기에 이른다. 뉴스를 다시 켜기 시작한 국민들은 광장으로 달려나갔다. 한 손에는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를 넘어선 수구 꼴통세력에 대한 거대 민주화의 쓰나미는 추위를 넘고 한 해를 건너며 이른바 적폐를 몰아내는 역사적 과업으로 치달았다.

20대총선 결과는 실로 어머어마했다. 대한민국의 기득권세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또 한번 역사의 한 포인트를 찍으며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끌어 냈다.

지도자의 주요 덕목 중 하나는 미래 예측력이다. 70년 한국 정치사 중 50년은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지역주의로 극심한 몸살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지역주의에 도전을 내민 노무현도 처음에는 패배를 맛봤지만 시대를 흐르고 있는 넷심(인터넷+心)과 SNS를 활용해 대권에 성공했다.

단순하게 넷심과 SNS라는 정치인의 흥행요소가 아니라 억세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노무현이 광주 경선에서 승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사평론가 유시민 작가는 "같은 동향사람이라는 원시적 유대감을 통한 지역주의가 아니라 자신이 영남 출신임을 강조함으로써 호남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지역주의적 요소의 역설적 측면"이라고 말한다.

지역주의의 피해자였던 광주 시민들은 이 역설을 받아들였고, 김대중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호남지역주의라는 비난이 나오면서 노무현으로 하여금 지역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영남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고 유시민은 분석했다.

이런 와중에 또 한번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도전이 안철수에게서도 일어나고 있다. 다만 안철수에게 노무현과 같은 역설적 설득력이 있나 하는 물음이 전제된다.

안철수는 중도 통합을 부르짓는다. 아직 성공 여부는 점칠 수 없다. 한국의 정치 지평은 과거를 답보하느라 발목을 잡히거나 환골탈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 물꼬를 터야 한다. 여느 정치인 보다 아직은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의 도전이 또 다른 역사의 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어떨까하는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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