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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실습생 죽음…원인은 '단순 사망사고' 아닌 '제도적 문제'[사건 그 이후] 이명박 정부 '고졸 채용 확대'...직업교육 강화 정책의 모순
신상인 기자  |  dailie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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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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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신상인 기자

특성화고등학교 실습생이 또 목숨을 잃었다. 올해만 두 번째다. 콜 수를 다 못 채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 실습생이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었다. 이들의 사고가 단순 사망사고가 아니고 제도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사건 그 이후' 코너를 통해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추진위 회원들이 서울 광진구 구의역 강변역 방면 9-4 승강장 추모비 앞에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정부, 실업계고 →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며 취업률 목표치 제시
 
지난 19일 제주에서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 군이 생수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제품 적재기에 눌려서 사고를 당한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열흘 만에 사망했다.

지난 1월에는 전북 전주의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나 콜 수 못채웠어"라는 문자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여고생 홍수연 양의 사례도 있었다.

현장실습생들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착취 등 고통을 받은 사례가 올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19세 청년도 현장 실습생이었다.

2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이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 비판의 첫번째는 취업률만 강조하는 현재 현장 실습 체제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먼저였다. 아울러 실습생을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여겨온 정부와 기업, 학교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장 실습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 고교에서 직업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임금에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 온 정부, 취업률 높이기에 매달리는 학교 등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것.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계속 높은 취업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의 통폐합 정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업계 고교 졸업생 취업률이 50%를 넘었다는 성과가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와 박근혜 정부의 일ㆍ학습 병행 정책으로 이어진 직업교육 강화 정책의 모순이라는 것.

한 언론의 칼럼에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은 지난 2009년 16.7%에서 2016년 47.2%로 상승해 왔다. 대학 진학자를 제외한 취업률은 72%에 달했다. 이는 대졸자 취업률인 67%보다 높다'라고 하면서 직업계 고교의 실적을 강조하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 데이터에서는 '실습의 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떨어졌다. 이는 실습생들에게 제공된 실습의 질은 더 떨어진 셈이다.

언제까지 '목숨 페이' 해야 하나요

결국 고용보험에도 가입 못하는 정도의 영세하고 열악한 일자리들에 취업한 직업계 고교 실습생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젊은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적정한 대우를 받을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10대 실습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노동 인권실태는 직업계 고교가 학생들을 취업에 유리한 현장실습으로 내몰고, 산업체들은 현장 실습생들을 노동착취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매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등 6만여 명의 직업계 고교생들이 현장 실습제라는 미명아래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라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전락해 버렸다.

교육부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실습이 여전히 '교육'이 아닌 '근무'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과 현상실습생들의 피해 상황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다는 질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특성화고등학생·현장실습생 권리선언 기자회견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주의 홍 양은 고객센터 중 가장 업무 강도가 높다는 '상품 해지방어' 부서에 배치됐고 현장실습을 통해 갖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 이 군은 전공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실습하고 있었다. 또 이 군은 문제가 된 기계가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고 수차례 상부에 보고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실사를 나가서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 교육부가 리스트업을 하고 개정권고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사고는 일어나면 안되지만 안전장치가 잘 돼있다고 해도 사고가 안 나는게 아니다. 그래도 특히 아이들의 안전에는 더 신경쓰고 있다"며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실습 개정방안을 오는 2020년까지 완벽히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일부 학교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파견형 산업체 실습에서 교육 중심의 실습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접한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논평을 통해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의 개선방안을 교육부가 마련했음에도 제주도교육청, 학교당국, 업체 등은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업무에 내몰리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며 "대책위를 구성해 사고 발생과정에 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발생한 제주 생수공장,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지하철 구의역의 어처구니 없는 사고 말고도 지난 2014년 2월 현대차 협력사 금영ETS의 현장 실습생이 야간작업 중 공장 지붕이 붕괴돼 숨졌다.

그 이전인 2011년에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던 현장 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계 고교 현장 실습생들의 노동 참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곳곳에서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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