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칼럼] 이런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일 수 있을까?
[장기표 칼럼] 이런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일 수 있을까?
  • 장기표 대표
  • 승인 2017.09.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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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장기표 대표]

본 칼럼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의 양해를 직접 구하고 게재한다. 장 대표는 과거 유신 체제와 군부 독재에 대항했던 민주화운동의 대표적인 재야 정치가. 특히 민족 통일, 진보 정치, 경제ㆍ복지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말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여중생들의 잔인하기 그지없는 폭행사건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여중생들의 잔인한 폭력사건만이 문제가 아니다.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잔혹한 폭행사건과 반인륜적 성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어제 신문을 보니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의 설립과 관련하여 해당지역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자 장애아동 부모들이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장애아동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그런 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반대이유였다. 집값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서럽기 짝이 없을 장애아동 부모들의 가슴을 후벼 파면서 자신들의 인생도 망치는 부끄럽고도 어리석은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나라이니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기심은 남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회이니 이런 사건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분노보다 절망이 더 크다. 평생 이런 비인간적인 세상을 혁파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정치를 해왔건만 세상은 더 비인간적인 세상으로 되어 가니 말이다.

더욱이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을 강구한답시고 온갖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런 방안으로는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없어지기는커녕 더 심해질 것이 너무나도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적폐청산’을 내걸고 온갖 개혁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그런 정책들이 제대로 구현될 턱도 없지만 설사 그런 정책들이 제대로 구현된다고 해서 우리사회의 비인간적인 사건들이 없어지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돈 위주의 세상이 존속하는 한 그런 사건들은 더 많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이런 폭력사회의 주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폭력장면이 들어가지 않으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기라도 한 듯 모든 영화에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폭력장면이 들어있어서 말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물들도 폭력에서 시작해서 폭력으로 끝나기 일쑤이니 학교폭력 등 폭력의 일상화는 제도가 되고 문화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물론 이 뿐이 아니다. 국민의 여가시간을 가장 많이 뺏고 있는 연속극의 경우 그 대부분이 불륜과 이혼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고, 다른 오락물들도 퇴폐성과 폭력성을 조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니, 우리사회의 퇴폐화와 폭력화는 필연적 현상이다.

무엇보다 퇴폐성과 폭력성을 전파하고 있을 뿐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근본적 문제의식이 없이 문화나 예술의 이름으로 번창하는 한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퇴폐성과 폭력성은 더 심해질 뿐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건전한 가치관의 정립이 없는 상태에서 오락물에 탐닉해서는 타락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적 자랑으로까지 간주되면서 국가적으로 장려되기도 하는 케이팝이나 아이돌 등의 한류 열풍조차 결과적으로는 청소년들을 타락의 길로 인도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가치관을 갖게 할 교육이 절실하나 제 정신 가진 사람이 오히려 드문 나라에서 어떻게 그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비정규직, 청년실업, 양극화, 노인복지, 저출산, 입시지옥, 사교육비 등 지금 우리사회에서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잔인한 폭력사건이나 반인륜적 범죄사건은 없어지기는커녕 더 심해질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될 턱도 없지만 말이다.

왜 이런가? 이기심에 따른 어리석음 때문이다.

지식이 굉장히 발달한 것 같고, 그래서 지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져 국민이 정치인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이지만 사실은 무지의 광란에 빠져 있을 뿐이다. 도덕적으로만 무지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사회, 교육, 문화, 사법 등의 영역도 무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나친 단순화이긴 하지만 돈 위주의 가치관이 극복되지 않는 한 이런 무지는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돈 위주의 가치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마땅한 사회운동조차도 돈 위주로 전개되니 어찌 돈 위주의 가치관이 극복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정의롭고 아름다운 행위들조차 결국 돈으로 평가되고 보상되고 있으니 돈 위주의 가치관 극복은 불가능에 가까울 지경이다.

나의 처방이 꼭 맞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돈 위주의 삶이 아니라 자아실현 위주의 삶’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이념과 정책을 제시해왔으나, 나의 무능 때문에 이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다들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서 몇 자 적었을 뿐이다.


2017년 9월 8일 장기표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chang.ki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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