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사회SNS 이슈
[6월 항쟁 30주년 ③] 이한열이 만든 불꽃…국민이 다시 불러온 광장의 촛불故 이한열 어머니 배은심 여사, "수많은 촛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아"
신상인 기자  |  dailiesnews@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6.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데일리즈】신상인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시민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타파하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다. 이는 당시로선 상상할 수도 없던 일로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획을 그으면서 역사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이에 <데일리즈>는 민주화 의지가 거셌던 1986~1987년을 기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작년 겨울 광화문에 나가보니 한열이 또래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한열이가 떠났을 때 나이가 20대였고, 지금 살아있다면 50대여서 그랬나 보다”람며 “수많은 촛불을 보니 '우리 한열이 죽음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기획특집 '6ㆍ10항쟁 30주년'에서 배 여사를 인터뷰했다. 

서울 종로구 민주화유가족협의회(유가협) 사무실인 '한울삶'에서 자식을 먼저 앞세운 부모의 설움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거둘 수 없는 한(恨)으로 남는다는 이한열의 어머니 배 여사는 "촛불집회에 참석할 때마다 아들 생각이 더 많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 여사는 아들이 떠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6월의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이한열(당시 21세)은 '6ㆍ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서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졌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어 그 해 6월 29일 대통령직선제 개헌의 초석이 됐지만 그는 7월 5일 끝내 숨졌다.

2남 3녀를 둔 배 여사는 넷째 자식이자 큰 아들인 한열을 향한 사랑이 남달랐다. 그는 한열은 어릴 적부터 아들, 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타고난 리더십과 사교성으로 친구들이 많이 따랐다고 회상했다.

배 여사에 따르면 이한열의 아버지는 유독 자신을 빼닮아서 예뻐했던 아들을 먼저 보내고 화병으로 앓다가 5년 만에 뒤따라갔다. 이로 인해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이 한 순간에 풍비박산이 돼버렸다고 술회했다.

1980년 5월 광주 거리는 온통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외침과 최루탄ㆍ실탄 연기로 가득했다. 배 여사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시위에 동참할까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지켰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어릴 때부터 불의를 보면 못 참았다. 아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계속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셋째누나와 함께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5ㆍ18 민주화 운동 관련 서적과 영상을 접한 것도 나중에 알았다.

배 여사는 "한열이가 5ㆍ18때 아무 것도 안했던 자기 자신이 구차하게 느껴졌나 봐. 한열이 떠난 후에 일기장을 보니까 자기 또래였던 중학생 묘비 앞에서 '네 원수는 내가 갚아 줄게'라고 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때 한열이가 시위했던 것은 눈치 챘지. 그래서 남자가 안 하면 부끄러운거니 할 거면 뒤에 서서 하라고 신신당부했건만, 그때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놓고선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이한열리 최루탄을 맞기 직전과 직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이 최초로 공개돼 많은 이들을 숙연케 했다.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기자였던 네이선 벤이 88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취재하던 차에 찍게 된 사진을 보게 됐다. 당시 사진은 배 여사도 신문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배 여사는 "한열이가 전경들이 코앞에 있는 교문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더라. 우리 아들이 도망가다 최루탄에 맞은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진을 보니 분명해졌어. 한열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에 가슴이 찢어졌으나 그래도 이제 볼 거 다 봤으니 죽어도 되겠구나 싶어"라고 되내었다.

이한열이 쓰러지는 순간 "내일 시청(6ㆍ10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라고 말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배 여사는 최근 한 기자로부터 당시 이한열을 응급실까지 부축한 이종창 씨를 비롯해 6명의 친구들에게 "나 무거워서 너희가 힘들테니 좀 쉬었다 가자"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배 여사는 1987년 아들이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전국 곳곳 시위현장을 누비는 투사가 된 것이다.

배 여사는 "연세대에서 한열이가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 세상은 마비가 됐어. 한열이가 떠난 후 먹지도 자지도 못해 한 달 만에 체중이 15㎏이 빠졌지. 정신 놓고 지내다가 주위에서 유가협에 한번 가보라는 말에 그 해 8월12일 유가협 창립 1주기 행사에 참석하러 서울에 왔어. 여기 와보니 나처럼 국가에 의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수백 명이나 있더라고. 그때부터 30년 간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지"라고 회상했다.

   
▲ 연세대학교 정문에는 이 학교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이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던 자리를 표시했다. ⓒ데일리즈
"전두환 용서할 마음 없어…처벌 받아야"

배 여사는 민주화를 외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에서 민간인 학살 책임을 부정하고 자신을 광주의 비극 치유를 위한 '제물'로 표현해 비난을 받고 있다.

배 여사는 "지금 국민들은 바보가 아닌데 전두환은 실감하지 못하나봐.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이 희생자라고 하는 거보니 사람인가 싶다. 짐승만도 못한 거지. 사람들은 전두환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데 난 사과 가지고는 안 돼. 용서할 마음 추호도 없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어보면 용서하라는 말 쉽게 할 수 없는 거야. 잘못한 만큼 법적으로 처벌 받아야지. 일 저질러놓고 사과만 하면 면죄부가 되는 거냐. 난 가해자가 억지로 사과하는 모습만 봐도 역겹다"라고 토로했다.

이한열은 사망한 지 14년 만인 김대중 정권 때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 국가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증서'를 발급받은 것 외에 혜택은 전혀 없다.

배 여사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만 한열이 이름을 앞세운다. 정치인들의 잇속 다툼에 들러리만 서다 끝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배 여사는 지난 30년 간 '한열이 어머니'로 살면서 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대변해 수많은 집회 선두에서 '평등'을 외쳤다. 그는 몸과 마음이 지칠 때마다 아들 묘지에 찾아가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배 여사는 "내 육신과 정신의 절반은 한열이가 차지하고 있어. 내가 죽으면 그때 비로소 한열이도 죽은 거겠지. 솔직히 나를 알아봐주는 건 귀찮지만 우리 한열이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수십 년간 목소리를 내고 있어. 틈만 나면 한열이 묘지에 가서 '한열이 네가 보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살려고 오나 봐‘라고 읊조리다 보면 한열이가 '엄마, 그래'라고 답하는 것 같아. 한열이 생각만 하면 힘이 절로 나서 버틸 수 있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마무리에 배 여사는 수많은 촛불로 인해 어렵게 이룬 정권교체이니 만큼 새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귀하게 여기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부는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촛불로 보여주지 않았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굉장히 많으니 촛불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늘 염두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관련기사]

신상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연예 뉴스
'응팔' 첫 만남 그리고…류준열과 혜리는 교제중

'응팔' 첫 만남 그리고…류준열과 혜리는 교제중

배우 류준열(31)과 '걸스데이...
트와이스, 일본서 인기 1위, 앨범 판매 25만 장…'대세' 등극

트와이스, 일본서 인기 1위, 앨범 판매 25만 장…'대세' 등극

대세 그룹 '트와이스(JYP엔터테인먼...
'야구여신' 구새봄, 음주운전…

'야구여신' 구새봄, 음주운전…"변명의 여지없이 잘못, 죄송하다"

방송인 구새봄 측이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기소...
최신뉴스

법조 비리 단초 제공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2심 3년6개월

법조 비리 단초 제공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2심 3년6개월
전방위 법조계 로비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베스트 클릭뉴스
1
무학 '좋은데이' 소주, 이물질 발견…"안 좋은데~"
2
바다 양식장 고수온 피해 예방 총력...주말도 반납한 공무원들
3
섬 주민 식수난 해소 위해 완도군-해군 제3함대…'물' 수송 작전 수행
4
트와이스, 일본서 인기 1위, 앨범 판매 25만 장…'대세' 등극
5
인제군 찾아가는 홍보 열기…서든어택ㆍ스캐드다이빙ㆍ래프팅까지
6
이재용, 징역 12년 특검 구형…1심 최종 선고는 25일 결정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425  |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21길 8, 해원빌딩 301호 데일리즈로그(주)  |  대표전화 : 02-385-3118  |  팩스 : 02-385-3119
등록번호 : 서울 아 02435  |  등록일자 : 2013년 1월 21일  |  발행인 : 강정민  |  편집인 : 김경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민
Copyright © 2013 데일리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ili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