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라지, "文 정부…아버지 사망 진상 규명 수사가 남 다를 것 같다"
백도라지, "文 정부…아버지 사망 진상 규명 수사가 남 다를 것 같다"
  • 강수연 기자
  • 승인 2017.05.29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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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 백남기 농민의 장녀
故 백남기, '병사' 기록된 사망진단서 탓에 아직도 사망신고 못해

[데일리즈 강수연 기자]

2015년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져 317일간 투병하다가 숨진 백남기 농민의 장녀인 백도라지 씨(35)가 뉴시스를 통해 그간의 일들을 털어놨다. 그는  백남기 씨가 비명에 숨지고 8개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에게는 아버지로서 여전히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편집자 주>
 

"새로운 문제들이 터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 수는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희는 뭔가를 가릴 처지가 아니에요. 해결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야 하니까요.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조금 기다려봐야 겠죠"

25일 오후 7시께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백도라지 씨(35)는 담담한 어조로 한 말이다.  

유족들은 백남기 농민에게 살수를 직사한 경찰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 규명을 요구해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특히 사인이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경찰 및 서울대병원과의 법적인 다툼도 지속되고 있다.

사망 원인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사망신고조차 하지 못해"

유족들은 백남기 농민을 지난해 9월 25일 떠나보냈지만 현재까지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다. 사망 원인이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 때문이다.

백남기 농민의 부인은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5ㆍ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실상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래는 사망신고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면사무소를 찾아갔었는데 신고를 하게 되면 병사로 굳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적힌 부분을 외인사로 정정하고 사망신고를 하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기에 그게 맞겠다 싶었어요. 서울대병원에서는 주치의가 아니면 사망진단서를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어요. 백선하 교수 쪽에서 뭔가 입장을 보내온 적도 없었고요"

백남기 농민이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둘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54)는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재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심폐정지'로, 그 원인은 '급성신부전'과 '급성경막하 출혈'이라고 적혔다.

백도라지 씨 등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를 상대로 9,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로 인해 원치 않는 부검 논란에 휩싸였으며 장례 절차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에서 취한 소송이다.

실제로 해당 진단서는 고인에 대한 경찰의 부검 시도 근거로 활용됐다. 수사기관은 지난해 9월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불확실하다면서 고인의 부검을 강행하려 했다.

"결국 이런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의지는 다 표현한 거니까요. 병원 사람들을 계속 쫓아다닐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저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정정을 해서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백도라지 씨는 서초동 검찰청과 법원을 오가는 일이 꽤나 익숙해졌다고 한다. 사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법정 다툼 등이 이어지면서다.

앞서 유족들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은 강신명(53)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59)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19일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했으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고의적으로 늑장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3월말 정도에 담당 검사와 면담을 했어요. 수사를 꽤 했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했다면서요. 해외 사례를 찾아보거나 의료적인 자문을 받고, 검찰 나름대로 물대포 시연도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꽤 진행했다고 하는데 그냥 하는 말인지 진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소 시점은 모르겠다고 했어요. '거의 다 하셨다면서요?' 그렇게 물어보니 '하여튼 잘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백 씨는 법원도 두 달에 한 번꼴로 드나들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3월 민변을 대리인으로 대한민국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청장을 상대로 7억3,000여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법원은 경찰 측에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청문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해당 청문감사보고서에는 살수 차량 현장지휘자와 운용자들의 사건 직후 진술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서에 통신약호와 집회 관리 계획 등이 포함돼 있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면서 이를 거부하다가 법원이 기밀사항을 제외하고 제출할 것을 지시하자 즉시 항고했다.

"재판을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원래는 형사 판결이 나면 수사기록을 가지고 민사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그런지 검증해야할 게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청문감사보고서에는 담당자들의 진술이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찰이 필사적으로 내놓지 않으려는 것을 보니 오히려 진짜 중요한 내용인가보다 싶기도 해요. 의료기록 감정도 맡겼어요. 처음에는 의사 세 분께 의뢰했는데 전부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대한의사협회에 맡겨서 하고 있어요. 청문감사보고서와는 별도로 의료기록 감정이 나와야 진행이 좀 될 것 같아요"

"경찰 수사권 부여 논의 우려돼"…文 정부 문제 해결 의지에 기대감

백씨는 경찰에 수사권이 부여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백남기 사건'은 최근 수사기관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의 주된 쟁점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인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 구현을 위한 실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남기 사건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 주는 경고이자 재발방지 대책 요구로 해석되기도 했다. 경찰은 바로 다음날 '향후 집회 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인권보호 방안을 제시했다.

"저희 아버지나, 용산 참사 문제도 그렇고 인권 관련한 경찰의 문제들이 계속 있어왔잖아요. 검찰에 대한 지적들이 있긴 하지마는 경찰이 물리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시스템적인 결함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과거 유신시대, 군사독재 시절 같이 사람들이 끌려가 고문당하고 거짓 자백하고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백 씨는 문제 해결을 서두르기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백남기 사건'을 언급하게 된 상황 자체가 큰 변화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표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강 전 청장이 사과를 하고 직접 문제를 풀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들은 이미 현직이 아니잖아요. 지금 문 대통령이 직접 말씀을 하시거나, 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거나 이런 부분들을 보면 '이전 정부에 비해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끼죠. 빠른 시일에 마무리되기는 어렵겠죠. 물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지만 속도를 제가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그래도 정권이 바뀌었고, 법적인 절차는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언젠가는 해결이 될 것이라 기대해요"

대화를 마친 백 씨는 "관련자들이 너무 잘 살고 있으니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 사람들보다는 잘 살아야하겠다는 생각. 저들도 두 다리 뻗고 잘 사는데, 나는 왜? 잘 살아야지. 보란 듯이. 이런 생각요"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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