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교양단상] 칼 힐티 '행복론'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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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교양단상] 칼 힐티 '행복론' (Ⅱ)
  • 이수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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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칼럼니스트]

교양이 있는지 없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특징은, 너무 외면적이긴 하지만 책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이다.

 

힐티는 몇 권의 책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그저 호화로운 저택에 살면서 겨우 열두 권의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아름다운 서가에 꽂아둔 것을 보았다면, 그 집 사람 전부를 교양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서가의 책들이 모두 흔한 소설책뿐이라면 더욱 그렇다.”(p.720)라고 덧붙임으로서 책의 권 수 보다는 책의 종류 또는 실제로 매일의 독서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책을 가지고 있어야 교양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힐티가 살던 19세기 유럽에 비해 21세기인 현대사회에서 책은 어쩌면 가장 멀리 해야 할 사물의 하나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정점에서 이것들만 잘 활용해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앞설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셈이니까 말이다.

여기에다 스마트 TV나 각종 단말기를 포함하는 최신식 전자제품 들은 구태여 책이 아니어도 필요한 정보를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책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지는 않은가?

전자책의 등장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하는 세계 출판시장의 불황도 임박한 책의 죽음에 한 몫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종이 책을 둘러싼 상황이 이토록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세계에서는 여전히 종이 책이 출판되고 있고, 종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이라는 매체가 지니는 지성과 교양의 이미지는 앞으로도 쉽게 소멸할 것 같지는 않다.

이 지점에서 어떤 책을 얼마나 소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힐티가 살던 시대에 비해 출판공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내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꼭 갖추고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우선 예나 지금이나 별 변화 없는 인간성을 교화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인간을 길러내는 데 필요한 수신서(修身書)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갖추어야 할 책은 역사서다. 역사서는 인간의 과거 행동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도출할 수 있는 보고이다.

다만 과거의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걸림돌이겠지만. 세 번째부터는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나날의 직업과 반복되는 일상사에서 지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야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한다.

이후 관심 분야의 수와 종류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장할 책의 숫자도 달라질 것이니 한 권의 책보다는 두 권이, 두 권보다는 세 권이 더욱 정신의 진보에 도움이 될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매일 독서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힐티의 말로 마무리 하자. “어떻게 하면 그런 독서시간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불필요한 일을 하지 말라고 대답하겠다.

예를 들면, 요리집이나 클럽, 사교적인 유흥이나 여러 신문 지면을 거의 모두 읽는 것 같은 시간 낭비 ...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을 허비하는 듯이 느껴지는 일들을 모두 그만두는 것이 좋다.

광범위한 교양을 쌓으면서 동시에 모든 유흥을 즐기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p.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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