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冠岳山)둘레길은 보물길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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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冠岳山)둘레길은 보물길 ⑤
  • 데일리즈 寒井 박춘식 자유기고가
  • 승인 2019.08.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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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寒井 박춘식 자유기고가]

 

"아! 물러나 보니, 제대로 보이는 구나."

전망바위에서 본 관음사와 후봉
전망바위에서 본 관음사와 후봉

 

관음사를 나서서 우측의 담장을 따라 상록배드민턴장으로 걷자니 둘레길을 막아서는 군부대 철조망이 있습니다.
여기서 좌측(북동측) 능선 아래길로 5분여를 걸으니 널찍한 바위가 나타나는데 앞이 확 트여 있어서 전망도 좋고 쉬었다가 가기엔 참 좋은 곳입니다. 관음사를 관람하고 그 곳을 서둘러 나온 이유도 바로 이 곳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숲 속에선 산을 못 보듯, 관음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은 관음사를 적당히 벗어난 바로 이 곳입니다. 조금 전엔 못 본 관음사 일주문도 이 곳에선 볼 수 있고 관음사 뒤 편의 후봉과 그 산줄기가 훤히 보이는데, 관음사의 전체적인 산세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아! 이렇게 물러나서 보니, 제대로 보이는 구나." 우리의 복잡한 삶도 때론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한발 물러서서 되돌아본다면 보이는 모습이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訓要十條)'에서 도선선사가 지정한 곳 외에는 함부로 절을 짓지 말라고 경계하였습니다.

관음사의 안내판에 보면 도선선사가 비보사찰로서 관음사를 세웠다고 합니다. 도울 비(裨) 도울 보(補), 비보사찰(裨補寺刹)..... 무엇을 돕는다는 것인가?

관음사 후봉의 날아라 거북바위
관음사 후봉의 날아라 거북바위

 

도선선사의 풍수지리는 중국의 풍수지리와는 다릅니다. 흔히 명당(明堂), 명당...하는데 도선의 풍수지리는 명당을 골라 쓰는 것이 아니라 땅을 비보(裨補)와 압승(壓勝)으로 고쳐 쓰는 것입니다. 즉, 땅의 기가 약한 곳은 기를  북돋아 주며, 기가 강한 곳은 기를 억눌러 준다는 의미입니다. 압승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절이 호암산(虎巖山)의 호압사(虎壓寺)입니다.   호압사는 호랑이의 기운을 누루기 위해서 세운 절로서 관악산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호압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도선선사는 이 땅을 사랑하고 이 땅의 백성을 사랑하여 전국을 찾아다니며 구석구석의 땅의 기운을 다스려 두신 분이십니다. 아마도 도선선사는 일찍이 관음사 주변의 땅속이 이리저리 구멍 뚫릴 것을 예견하여 그 땅에 기를 북돋아 주고자 관음사를 창건하였던 것은 아닐까요? 놀랍게도 관음사 바로 아래로는 관악산의 골다공, 강남순환도로가 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계곡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소나무의 향에 칠언율시(七言律詩)의 한시 한 수 읊으며 쉬자니 막걸리 한사발이 절로 생각납니다.

             관음사(觀音寺)
                                      - 변계량(卞季良)
관악산 남쪽 청계산 그늘에       / 冠岳之南淸溪陰 (관악지남청계음)
우뚝 솟은 절집 긴 숲을 압도하네 / 梵宮突兀壓長林 (범궁돌올압장림)
밤비는 주린 범처럼 으르렁 대고  / 夜雨咆哮吼飢虎 (야우포효후기호)
해 뜰녁엔 조잘되는 새들의 울음소리 / 旭日啁哳鳴幽禽 (욱일조찰명유금)
구름은 창 밑에 담쟁이와 뒤엉켰고   / 雲生窓底薜蘿合 (운생창저벽라합)
돌모퉁이 구비진 길에 소나무 전나무 우거졌어라 / 路轉石稜松檜深 (노전석릉송회심)
멀리 혜근선사 잘 계신지 궁금하여 / 遙念惠師應好在 (요념혜사응호재)
밤마다 꿈결 속에 산중을 찾아가네   / 山中夜夜夢相尋  (산중야야몽상심)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전망바위 쉼터에서 일어나 다시 계속 걷게 되면 잠시 후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저 앞에는 우면산을 관통하는 강남순환도로의 사당IC가 보입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보면 군데군데 광맥을 찾던 동굴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제 산길을 포기하고 홈플러스 남현점이 있는 과천대로로 내려서서 남태령까지 걸어야 하는 조금은 딱딱한 길입니다.

 
"산맥을 막아서고 길을 막는 것이 강 줄기만은 아니구나..."

수도방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과천대로를 따라 남태령 방향으로 걷자니 얼마 안가서 둘레길을 막아섰던 군부대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부대 정문 앞에는 수도방위사령부라는 큰 표지판이 있습니다.

남산에 있던 수도방위사령부(약칭 수방사)는 90년대 초에 그 자리를 서울시민에게 돌려주고 이 곳으로 이전하여 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금의 남산 한옥마을이 옛 수방사 자리입니다.

드라마 '제5공화국'에 보면 대통령의 승인도 없이 참모총장을 체포 감금한 12.12사태의 주역들의 대책회의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장태완 소장(별 두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러고는 전두환, 노태우, 황영시, 유학성 등의 무리에게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니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가 지금 당장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 버리겠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장태완 소장은 수도경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의 전신)의 사령관이었습니다. 그런데 탱크를 몰고 나가 반란군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기도 전, 13일 새벽 최규하 대통령은 참모총장의 체포 수사를 재가하게 되고 수경사의 사령관은 장태완에서 9사단장이었던 보통사람 노태우 소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대한민국 국군의 사령부 중 유일하게 대통령 직할명령을 받는 부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유사시 모든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수방사는 그에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직 대한민국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부대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12.12의 무리들은 요직인 수방사 사령관 자리를 차지하고 장태완 소장은 강제 전역조치 되었던 것입니다.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의 대한민국 이양이 자꾸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방사의 독립성은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 스스로의 자주국방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전쟁 없는 세계평화겠지요?

그런데 수도방위..... 과연 우리나라의 수도는 외적의 침입에 제대로 지켜진 적이 있었던가요?

조선시대, 수도 한성을 침범한 외적에 의해 전쟁을 치른 적이 세 번 있었으니, 바로 임진왜란과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입니다. 하지만 수도 한성에선 수도방위를 위하여 외적의 침입에 맞서 싸운 전투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울의 성곽은 조선의 건국과 더불어 태조 때 처음 축조되어 세종 때와 숙종 때에 개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도성 축성 과정에 투입된 인원이 33만명이었고 공사 중 사망한 자만 827명에 이르렀다고 하나, 백성들이 피땀 흘려 쌓은 서울성곽은 그냥 담장일 뿐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장군은 중앙군의 기마병 8천을 이끌고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놈들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으나 그만 패하고 죽게 됩니다. 이에 선조는 한성을 포기하고 몽진 길에 올랐습니다. 오히려 성난 백성들에 의하여 궁궐은 잿더미가 되었고 왜군은 무혈입성(無血入城) 후 수도 한성을 마음껏 노략질 하였습니다.

또한 정묘호란 때, 인조는 후금의 군사를 피하여 서둘러 강화도로 피신하기에만 급급하였고, 병자호란 때도 청나라 군사가 먼저 강화도 가는 길을 막아서자 허둥지둥 남한산성으로 몽진하였으며 한성방어를 책임졌던 심기원은 한성을 포기하고 삼각산에 포진하였으니 그 땅에 남아 있던 백성들의 피해가 오죽했겠습니까?

조선초기의 수도방위체제인 오위(五衛)체제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그 무력함이 여실히 드러남으로써 5군영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훈련도감(訓鍊都監)· 어영청(御營廳)· 금위영(禁衛營)· 총융청(摠戎廳)· 수어청(守禦廳)이며, 이 가운데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을 삼군문(三軍門)이라 하여 수도 서울의 수비와 방어를 책임지게 하였으니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라 하겠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 건너편엔 방배동 전원마을이 있습니다. 수방사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주는 마을이니 수도 서울에선 가장 든든한 마을이라 하겠습니다.

전원마을 입구엔 지하철4호선 남태령역이 바로 있으니 관악산둘레길은 이래저래 접근성이 좋은 둘레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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