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의 미술단상]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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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의 미술단상] '진중권'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9.08.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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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휴머니스트, 2009)내가 소장하고 싶은 작품들의 가상 컬렉션이자, 내가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의 지상(紙上) 전시회라 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로 요약되는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지적이고 분석적인 12편의 서양회화 해설서다.

그런데 단순히 해설서라 하기에는 그림의 선정이나 분석의 방법이 여타 화가들의 화집에 대한 나열식 해설과는 다르다.

우리는 보통 어떤 그림을 볼 때 화가의 생애나 예술 사조 따위에 대한 역사적 사항들을 참고하거나, 아니면 그냥 직관적으로 느낌이 좋다, 나쁘다 정도로 그림을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그림의 표면만을 훑고 지나치는 것이다.

그러나 풍경화나 초상화, 정물화 등의 장르는 도상학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도 그런대로 즐길 수 있는 반면, 종교화나 극히 상징적인 그림들은 화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 경우 보통 그림 전문가가 힘주어 말하고 있는 권위에 기대어 그가 주장하는 하나의 해석만을 신봉하게 된다.

이럴 때 그림을 보는 사람은 자신이지만 어떤 그림의 의미를 단순히 권위자의 말로 확인하는 것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주관적 그림 보기와 객관적 해석상의 괴리를 메워서 올바른 감상의 길잡이가 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은 그림 하나를 해석하는데 그동안 축적되어 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많은 해석들을 제시한다. 종교화일 경우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도상학부터 역사학적인 증거나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망라하여 하나의 그림에 대한 절대 권력을 거부한다.

필요하면 유사한 소재를 다룬 그림들도 과거나 현재를 넘나들며 날줄과 씨줄로 연결하여 총체적인 시작에서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게다가 그림 한 장에 드러나 있는 세밀한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동원할 수 있는 역사적 증거와 사상적 변화 따위를 꼼꼼하게 설명하는데, 이 점이 또한 진중권의 미학과 서양회화에 대한 깊은 공부를 드러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어떤 서양회화에 대한 기왕의 권위 있는 전통적 해석에 덧붙여 진중권 만의 독창적인 해석까지 두루 알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그림도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 어렵다고 처음부터 포기해 버리면 늘 멀리 있는 대상일 뿐이다.

이 책을 읽었으니, 나도 나만의 해석에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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