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人物 다시 보기 ①] 목은 이색...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충절이 주는 의미
[시대의 人物 다시 보기 ①] 목은 이색...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충절이 주는 의미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9.01.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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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정치인, 유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년)의 한시 한 편이 인간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즈음이다. 

            욕심 적으면 마음 항상 고요하고                   欲少心常靜
            몸 한가하면 흥취 절로 자란다.                     身閑趣自長
            한 집안은 작은 천지와 같은 것,                    一家天地小
            분수 따라 더위 추위 보내야 하리.                 隨分送炎凉

한국학중앙연구원
목은(牧隱) 이색 ⓒ한국학중앙연구원

지금은 고려시대도 아니고 이색처럼 수양에 힘쓰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하고자 온 힘을 쏟던 선비가 사는 시대도 아니다. 내 주변 모든 것이 대량 소비와 속도에 미쳐 있고 첨단과 유행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절제와 반성, 사색과 자발적 도덕성을 실천하는 소수가 과연 있을까?

나는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세상 모두가 권력과 금력, 욕망과 비도덕성에 탐닉하고 있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결국 자신의 목을 조여 올 것임을 모르고 있는(무시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최악의 인간들을 경멸하면서 내면의 평화와 물질적 소박함, 그리고 자연과의 합일을 도모하는 현대판 처사(處士)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희망.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부정ㆍ부패의 사슬과, 대학이나 기업, 정치판 등에서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굴욕을 강요하는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상황에서, 극히 이성적이고 절제를 미덕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희망마저도 빼앗을 수는 없다.

이럴 때 접한 이색의 한시는 마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내 답답함을 씻어 주었다. 부정과 부패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내 한 몸 한가하게 분수에 맞춰 산다는 것 자체가 흐름을 역류하는 행위일지라도 최소한 노력은 하고 싶다.

세상 모든 일의 원인은 결국 내 생각의 방향과 내 행동의 도덕성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닌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전쟁과 살육, 파괴와 약탈을 향해 돌진할 때도 그것에 반대하며 양심에 귀 기울일 것을 호소했던 소수는 반드시 있었다. 이러한 소수 덕분에 비록 늦더라도 종국엔 깨닫게 되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는지.

사람들이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권력과 금력에 골몰하는 것은 그것이 제공해주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겠지만 모두가 똑같은 권력과 금력을 가질 수는 없으니, 그 자리가 바로 진정 인간답게 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아닌지.

이색의 생애에서 알 수 있듯, 그가 현대 한국에 태어났다면 분명 매서운 비판 정신으로 권력과 금력을 탐하는 인간들을 호되게 질책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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