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조국 출석'과 맞바꾼…한국당의 '몽니'가 불러올 정치ㆍ사회적 파장
김용균법, '조국 출석'과 맞바꾼…한국당의 '몽니'가 불러올 정치ㆍ사회적 파장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8.12.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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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강정욱 기자]

산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사고로 숨진 것으로 계기로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이다.

결과적으로 원청업체(도급인)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해 하청업체 직원의 산재 사고에 대해 원청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또 이 와중에서 여야가 대체로 합의했던 김용균법의 제동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과 법안처리 맞바꿈이라는 악수를 두면서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를 빠지고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된 한국당 의원으로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ㆍ신보라ㆍ장석춘 의원이다. 같이 출발하지 않은 운영위 소속 성일종ㆍ송희경ㆍ김승희ㆍ정유섭 의원도 외유성 해외 출장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베트남 다낭에 개소 예정인 무역관을 방문하고, 교민과 기업인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게 목적인데, 특히 신 의원은 김용균법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환노위 전체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이탈했다고 전해진다. 교육위원회 소속 곽 의원도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되는 사이 공항으로 출발했다.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은 죽음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청업체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확대 △처벌 강화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산업안전 조치를 어긴 사업주에 대한 처벌수위까지 높였다.

다만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노력 강화를 기대했던 정부안보다는 낮은 수위다.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수준을 강화한 것인데, 당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정부개정안보다는 완화됐다.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현행 7년 이하 징역 또는 1년 이하의 벌금은 유지하되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형이 확정된 후 5년이해 같은 범죄를 범할 경우 가중처벌 되도록했다.

법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법인 사업자의 벌급형을 최대 10억 원으로 높였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늘어나는 비용과 무한책임에 비해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실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산업현장의 하소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지, 하도급을 금지한다고 해서 위험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른바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설명하지만, 오히려 안전 사고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은 원청업체보다 전문 협력업체가 능숙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치권은 원청업체와 사업주에게 안전사고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우자는 이 법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만 앞세운 졸속 처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전문업체에는 도급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기준이 자의적이고, 관리 책임 규정을 어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한 조항과 고용부 장관에게 재해발생 작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권한을 부여한 조항 등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정치적 셈법'으로 법안 개정안 통과…책임지는 일 없는 정치권 행패?

추가적인 뒷이야기와 함께 논란도 불렀다. 이번 법안 개정안이 통과된 이면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빅딜'이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지난 26일까지도 "정부 개정안의 법 조문이 엉성한 데다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만큼 공청회를 한 번 더 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본회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공청회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선 김용균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대로, 조 수석에게 이달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지시하면서 김용균법 연내 처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법안 심사엔 관심이 없고 운영위 소집에만 몰두한 게 아니냐며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따지기 위해 조국 수석을 불러내기 위한 '정치적 거래'의 수단으로 김용균법을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의 한 관계자 역시 "결과적으로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본 회의 통과 후 1년 지난 다음 적용되는 김용균법과 함께 '뜨거운 감자'였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은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여야 간 합의가 없으면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본회의 상정까지는 60일이 지나야 해 본회의 통과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발의자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180일을 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민 여론 조성과 여야 간 합의 수준에 따라 더 빨리 진행될 수가 있다"고 말한 뒤 "이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이지 사회적 상식이 법제화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자동 과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법안심사 발목잡기, 정쟁으로 시간 끌기 등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침대축구, 지연전술로 국회의 정상적인 법안심사 논의를 사실상 가로막았다"며 "자신들이 낸 법안을 함께 심사하는데도 통과가 목적이 아닌 현상유지, 법안의 자동폐기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정치·통일
좌우명 : '자본'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눈은 작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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