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冊] DARKNESS 인간성 탐구 ⑨...소년의 눈물을 보라...'왜 우리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이수진의 冊] DARKNESS 인간성 탐구 ⑨...소년의 눈물을 보라...'왜 우리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12.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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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인간성의 어두운 측면이 거대하고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물론 전쟁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전쟁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육박해오지만, 처음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갈라파고스, 2009)를 알라딘 종로에서 보았을 때, 책의 표제보다 표지 사진이 먼저 가슴을 후벼 파는 경험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흑인 소년의 얼굴.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다케나카 치하루, 2009년 ⓒ갈라파고스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다케나카 치하루, 2009년 ⓒ갈라파고스

어쩌면 내전 지역의 소년병으로써 같은 또래의 적을 사살하고 난 뒤의 참회의 눈물일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눈앞에서 학살당하는 가족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회한의 눈물일수도 있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전쟁을 벌여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국가를 파산 상태로 몰아간 소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 또는 무기와 돈을 지원하여 지역에서의 패권을 노리는 서구 강대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눈물일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보는 사람의 세계 인식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사진 한 장이 전달하는 이토록 많은 상념이라니.....

표지 사진의 강렬함이 가라앉은 뒤 읽은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는 일본의 정치학자인 다케나카 치하루 (竹中千春)가 쓴 책으로, 한국어 번역 문체로 미루어 보건데 일본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인 듯싶다. 하지만, 전후 과도한 평화에 빠져 자국 이외에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일본과 그 일본에서 살아가는 중고등학생들의 세계 인식에 커다란 도움을 줄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특히 전쟁과 평화, 폭력과 테러리즘 등, 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 개념에 대한 사고 자체를 등한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우선 세계를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로 나누어 대개 전쟁이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서 일어나며 그 전쟁을 지원하여 대리전을 치루도록 획책하는 서구 선진국의 이기적인 발상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펜 끝이 날카롭다.

저자는 전쟁을 기획하는 폭력집단들 중에서 군대나 경찰, 반정부무장조직, 또는 국제 테러조직 등에 대한 개별적 설명 뒤에 이어지는 폭력의 여섯 가지 요소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전쟁을 이해하는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그 여섯 가지 요소는 신념, 사람, 무기, 자금, 정보, 네트워크로 요약되는데, 특히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서는 이러한 폭력의 요소들이 너무도 쉽게 제 기능(?)을 발휘하여 국지전 또는 내전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특히 이 책의 제 3장 <분쟁의 최전선을 가다>를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본질에 대한 역사 정치적 접근, 이란ㆍ이라크 전쟁에서의 미국의 중동 지배에 대한 더러운 야심,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얽힌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립과 미국의 배신 등, 기존에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재확인하며 새삼 국제정치의 비열함에서 인간성의 끝을 보았다.

결국 전쟁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끝내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 삶의 근거지를 철저히 파괴하는 극한의 폭력일 뿐이다. 이러한 전쟁의 본질은 결국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적 발상에 의해 더욱 방치되고 있다는 것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책 뒤표지의 글을 옮겨 보겠다. ".....현재 전 세계 난민과 이재민 약 3900만 명! 무력분쟁 사망자의 90% 이상이 일반시민. 그 중 80% 이상이 전쟁과 아무런 상관없는 여성과 어린이! 전 세계적으로 매설된 소형지뢰의 수 2억 개 이상! 매달 800명의 어린이가 지회를 밟고 죽거나 발목 등 신체 일부가 절단되고 있으며, 시에라리온의 경우 반군의 80%가 10세 미만 소년병! 2002~2006년에만 전 세계 어린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2개 국가 약 15억 명의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강도 높은 분쟁 상황에 휘말림!"

만약 현재 군복무중인 내 아들이 총을 쥐고 또래 적들을 죽이며 살육과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도대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만약 느닷없이 터지는 지뢰에 목숨을 잃거나 신체불구자가 된다면? 과연 한국은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인가? 한국은 얼마나 국제적 분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이해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한국의 국제 분쟁 보도는 얼마나 객관적인가?

혹시 서구 강대국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어차피 우리와는 별 관계없는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신경 쓸 것 없이 내 일신만 편하면 된다고 치부하며 소시민의 안락함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 쓰고 있지는 않은가? 도대체 폭력의 연쇄 고리를 끊을 해결책은 있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제 5장에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단시간에 효과를 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분쟁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무기와 전투원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서구 선진국과 러시아, 중국, 최근엔 한국까지, 전 세계 무기 수출의 흐름이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갈림길 아닌가?

무기 산업과 국제 분쟁의 조장, 이 두 가지는 세계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가 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해결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필자의 주장처럼 간디의 비폭력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다. 비폭력 정신은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인류애로 확대할 수 있는 정신적 각성을 주고,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폭력에만 의존하려는 황폐해진 정신의 늪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평화로 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데 절대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과 계몽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전쟁이나 폭력은 사라지고 돈독한 인류애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글 자체가 어렵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는 점이 미덕인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세계관 내지 세계 인식의 폭을 넓히고 수정하여 진정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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