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의 ‘민주주의’...‘민주당’-스웨덴의 이례적인 정부구성 난항에 부쳐
스웨덴에서의 ‘민주주의’...‘민주당’-스웨덴의 이례적인 정부구성 난항에 부쳐
  • 김기수 교수
  • 승인 2018.11.1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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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김기수 교수]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나 언론에서는 각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하곤 한다. 그때마다 투명한 정부, 신뢰받는 정치인, 정치참여율이 높은 시민의식 등 많은 평가지표에서 스웨덴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로는 첫 손에 꼽히고 일요일이 투표일 일지라도 항상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는 스웨덴에서 지난 9월 치러진 최근의 총선 결과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웨덴 내외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새삼스럽게 두 달 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 결과가 스웨덴의 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당명으로 채택한 정당과 관련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왔으며, 그 결과 현재까지도 향후 정국을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것이다’라는 스웨덴민주당의 표어 중 하나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 ⓒ출처 : http://frihetensfackla.se(스웨덴민주당 지지 모임, ‘자유의 횃불’)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것이다’라는 스웨덴민주당의 표어 중 하나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 ⓒ출처 : http://frihetensfackla.se(스웨덴민주당 지지 모임, ‘자유의 횃불’)

민주주의를 표방한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표방하는 여러 정당을 허용하는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당명으로 채택한 정당이 존재함은 물론이다.

1902년부터 시작된 스웨덴 총선 역사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으며, 현재까지도 스웨덴을 대표하는 정당이자 스웨덴을 복지국가로 이끈 견인차로 이야기되는 ‘사회민주노동당 (Sveriges Socialdemokratiska Arbetareparti, SAP. 줄여서 사민당 또는 사회민주당이라고도 함)’의 당명에도 ‘민주주의’가 표명되어 있다.

2018년 9월에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이 대표적인 ‘민주주의’ 정당은 제1당의 지위는 유지했으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득표율(28.3%)을 기록하면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민주주의’를 당명에 포함시킨 또 다른 정당 ‘스웨덴민주당(Sverigedemokraterna, SD)’은 2010년 5% 초반 지지율로 처음 원내에 진출하고 2014년에는 제3당의 위치에 오른 이후, 이번 총선에서 제2당인 ‘보수당’(19.8%)에 근접하는 지지율(17.5%)을 얻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른바 ‘극우정당’으로 출발하긴 했으나, 극단적인 신나치주의에서 벗어나 반이민 정책과 소외지역 폭력문제 해결, EU 탈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동안 공개적 대화는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꺼려지거나 비웃음거리로 받아들여지던 스웨덴민주당이었기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는 스웨덴 사회는 물론 주변 나라들에도 큰 관심과 더불어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도 안겨주었다.

스웨덴에서는 총선에서 어느 한 정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경우가 많지 않아 성향이나 정책이 비슷한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총선결과도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획득한 정당이나 정당 간 연합이 없기 때문에 스웨덴민주당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느냐 마느냐가 정부구성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하지만 사민당이나 보수당 모두 스웨덴민주당을 정부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정부구성안의 국회 비준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총선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몇 차례의 정부구성안이 국회에서 거부되었고, 앞으로 최대 세 차례 구성안마저도 거부될 경우에는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유럽 여러 나라의 민족주의/인종주의 정당의 지지율. 스웨덴은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 https://ichef.bbci.co.uk/news(2018년 9월 10일)
유럽 여러 나라의 민족주의/인종주의 정당의 지지율. 스웨덴은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 https://ichef.bbci.co.uk/news(2018년 9월 10일)

 

한편으로 스웨덴에서 최근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한 정당이 스웨덴의 민주주의적 전통과 이미지를 깨뜨리는 공약을 내건 점에서도, 그 정당이 ‘민주주의’를 표명하고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지지를 얻은 점에서도, 반대로 비록 일부의 평가이긴 하지만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 스웨덴에서도 이 정당은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당했다고 평가되었다는 점에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여러모로 지금 민주주의에 관한 스웨덴의 상황은 ‘도덕적 초강대국(Moral Super power)’이라는 별칭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루소의 비관적인 언명이 스웨덴에서도 예외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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