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군필은 비양심? 또는 대체복무 36개월?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군필은 비양심? 또는 대체복무 36개월?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8.11.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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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강정욱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마련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기간이 36개월이라는 것에 대한 논란도 추가되고 있다.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초안이 현재 육군 현역 복무기간인 18개월보다 2배가 많은 36개월, 교도소단일 근무 등으로 제시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적 제도"라는 반발이다.

반대로 "소방서 근무조차 특혜", "'특혜복무'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반드시 대체복무제가 군 입대보다 편하게 설계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 등 대체복무를 비판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5일 참여연대ㆍ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ㆍ전쟁없는세상 등 53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 "인권 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초안을 놓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적 제도"라며 강력 반발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육군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교도소 또는 소방서 중 선택해 합숙하는 방안, 이어 교도소 단일 근무안 등이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발표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일부터 5일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군대 간 나는 그럼 비양심적이냐", "군대에 간 젊은 청춘도 비양심?"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번 판결 때문에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이 억울하게 됐다고 호소하는 글이 넘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록됐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까닭은 우선 대법원 판결 취지를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양심'의 의미와 헌법 제19조에서 규정한 '양심의 자유'에서의 양심의 뜻을 혼동하기 때문에 상반된 오해가 생기면서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ㆍ도덕적 마음가짐'이라고 규정했다.

결국 헌법의 양심은 개인의 소신에 함부로 국가가 간섭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이를 기준으로 진보 단체들은 "(36개월은) 대체복무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한다. 또 복무기관과 관련해서도 "국가 안보 개념을 넓혀 치매 노인 돌봄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업무까지 대체복무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도 국방부나 병무청이 아닌 제3의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심사기구를 군 관련 부처 산하에 두면 심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 독립기구로 위임하거나 법무부 산하로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체복무제가 군 입대보다 편하게 설계돼서는 안 된다"며 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당연해 보이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국방력이 상실돼 국가안전보장에 위기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매년 600명 안팎으로 전체 군인 수(약 60만 명)와 비교해보면 극소수다. 국방부는 상비병력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이고 매년 사회복무요원ㆍ산업기능요원ㆍ전문연구요원ㆍ공중보건의 등 입영하지 않는 보충역이 8만3000명에 이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속적으로 처벌해왔지만 거부자 수가 줄지 않는 추이를 볼 때 무작정 수감을 시키는 것보다 대체복무를 마련해 대안을 주는 게 국방력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복무 기간이 길고 열악한 조건이어야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민통선 이남 지역 지뢰제거 활동이나 유해 발굴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특별한 대체 복무 기준도 없는 징역형도 그만큼 힘들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달 중 정부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이 나오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그때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을 연기하기로 했다.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면서 새로운 갈등으로 본격화할 수 잇는 대체 복무안에 대해서 국방부가 양심의 자유라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리면서 형평성 시비도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내놓을 지 주목되고 있다.

담당업무 : 정치·통일
좌우명 : '자본'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눈은 작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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