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 신상공개 논란…사회적 공분 對 무죄추정원칙 위배ㆍ인권침해
잔혹범 신상공개 논란…사회적 공분 對 무죄추정원칙 위배ㆍ인권침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8.10.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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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신상인 기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김 씨의 신상을 공개한 데는 무엇보다 여론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청원 글이 22일 오전 7시 현재 83만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흉악범 얼굴 공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법원의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수사단계부터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22일 관련 법을 근거로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과거 흉악범 신상공개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2010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을 근거로 잔혹한 범죄와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명분으로 중대 사건의 피해자 신상을 선별 공개하고 있다.

이전에는 신상공개를 규정한 근거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이목이 쏠린 흉악 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언론이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기 때문이다.

2009년 경찰에 붙잡힌 연쇄 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49)은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얼굴이 드러나는 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당시에는 근거 법령이 없어 경찰은 강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사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얼굴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때문에 논란이 일자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한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마련돼 이듬해 시행됐다.

이 법은 신상공개 기준으로 ▲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사건일 것 ▲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을 꼽는다.

2009년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이후 경찰은 여론이 들끓는 잔인한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부터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왔다.

2010년 2월 여중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41), 같은해 초등학교에서 8살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52), 지난 2012년 발생한 수원 토막 살인사건 피의자 오원춘(47)도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바 있다.

2014년 11월 '제2의 오원춘’으로 불린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주인공 박춘풍(59), 2015년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무참히 훼손한 김하일(50), 2016년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조성호(32), '수락산 살인' 피의자인 김학봉(63)의 얼굴과 실명도 공개됐다.

지난해에는 딸 친구인 여중생을 납치하고 살해한 뒤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한 후 목 졸라 살해한 심천우(32)의 신상도 공개됐다.

지난 8월 노래방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유기한 변경석(34),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올해 1월 국내에 송환된 김성관(35)도 수사 과정에서 신상이 공개됐다.

이들 흉악범은 대부분 사형 또는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아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평생 불편하게 살게 했으면서도 심신미약으로 2020년 출소하는 조두순(당시 56)의 얼굴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법적 한계다. 앞으로 출소를 3년 앞둔 조두순에 관해서는 얼굴 등 신상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범죄좌 알림e'를 통해 공개되는 조두순의 신상정보와 얼굴 사진 등을 언론, SNS,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할 수 없다.

신상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는 더 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016년 사패산에서 여성 등산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정모 씨(47)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 씨의 범죄 수법이 신상을 공개할 만큼 잔혹하지 않고, 강력 전과가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

아울러 2016년 초 아들의 시체를 토막 내 냉동실에 보관한 '부천 토막 살인사건'의 피의자, 7세 아들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원영군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대중적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경찰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36)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신상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되면서 경찰의 판단이 달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됐다.

아울러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급으로 피의자에 대한 이른바 '신상털기'가 이뤄져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경찰이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의 얼굴과 성명을 공개하자 누리꾼들이 조 씨의 가족이나 옛 여자친구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돼 또 다른 인권 침해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방증했다.

이런 점 때문에 경찰은 이번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 씨도 신상이 공개되자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주변인들의 인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경찰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도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사례가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각 지방경찰청에 꾸려지며 심의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 이 가운데 4명 이상은 외부전문가로 위촉된다.

한편, 이달 14일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신모 씨(21)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는 피해자의 얼굴과 목 부위를 수십 차례 찌르는 등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를 치료했던 의사가 SNS에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공분은 커졌지만, 정작 해당 의사는 의사윤리를 위반했다는 비판과, 사전에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글이 난무했다.

아울러 현장 폐쇄회로(CC)TV에 김 씨의 동생이 아르바이트생의 팔을 붙잡는 등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추가됐으나 경찰은 전체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김 씨의 동생이 범행을 공모했거나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린 상태다.

아울러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동중인 김 씨는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우울증 진단서는 가족이 제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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