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씨앗 '마을 발전 기금'…시골 살기 어려운 이유가 되나
상태바
갈등의 씨앗 '마을 발전 기금'…시골 살기 어려운 이유가 되나
  • 전은솔 기자
  • 승인 2018.10.21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즈 전은솔 기자]

타지에서 온 이주민, 또는 마을을 경유하는 것만으로도 마을발전 기금을 강제로 요구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장년층들의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시골행을 택하지만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역 귀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8월 마을로 진입하던 장의차를 막아선 한 마을 이장 말고, 이번에는 마을발전 기금을 요구하던 또 다른  마을의 전 이장이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1일 인천지법 형사12단독 이영림 판사는 강요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인천시 옹진군 전 이장 A씨에게 벌금 45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마을 이장으로 일하던 2015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옹진군의 한 섬에서 주민 4명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 900만 원을 강요해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섬에서 2014년 말까지 주민회장으로 일했고 2015년부터 2년간 마을 이장을 지낸 A씨는  "마을발전기금을 내지 않으면 해산물 채취도 못 하게 하고 주민에게 배분되는 모랫값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섬의 주민회 규약에 따르면 주민회장에게 마을발전기금을 수금할 권한이 있지만 A씨는 범행 당시 주민회장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A씨가 주민회장을 할 당시에도 주민회 내부에서 마을발전기금을 수금해도 되는지, 내야 할 대상이 누군지 불분명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충남 태안군의 한 마을에서 지난 1월 부친 장례를 위해 마을로 진입하는 운구 차량을 가로막고 시신을 매장하는 대가로 유족들에게 마을 발전기금 200만 원 등 1200만 원을 요구한 혐의로 B씨등 마을 주민 4명이 공갈 및 장례식 등의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유족들은 마을주민과 운구 차량 진입을 두고 승강이를 벌인 끝에 400만 원을 건네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장의차를 막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8월 충남 부여군 옥산면 한 마을에서는 같은 달 사망한 고인의 운구 행렬이 통행료 300만 원을 안 내면 장의차량이 마을 옆길을 통과할 수 없다는 마을 주민들의 방해를 맞닥뜨렸다.

당시 유족은 "'세상에 이번 법이 어디 있냐'며 마을 옆에 묘소를 쓰는 것도 아니고, 1.5㎞나 떨어진 마을에서 보이지도 않는 산 속에 묘지를 조성하는 데, 돈을 못 준다고 했더니, 마을 사람들이 '300만 원이 안 되면 마음대로 해라. 이젠 500만 원 안 내면 절대 통과 못 시킨다'"며 기가 찬 상황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상주가 나서서 350만 원에 합의를 본 뒤, 급히 장지로 출발할 수 있었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무려 3시간 정도나 늦어진 장례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족은 서울로 돌아온 뒤 너무나 분한 나머지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나중엔 100만 원까지는 줄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500만 원으로 올리더라"며 "이건 마을 발전을 위한 '선의의 통행세'가 아니라 명백한 갈취행위이고 장례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등 범법행위"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진정서를 냈다.

결국 '통행료를 내라'고 요구했던 마을 주민 4명 중 이장 C씨를 제외한 3명이 공갈ㆍ협박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 이장 C씨는 통행료 350만 원을 반환했고, 유족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공갈ㆍ협박에 가담한 주민 4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들에게 공갈죄를 적용할 계획이며, 공갈죄가 인정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장례방해 혐의(3년 이하 징역)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은 섬마을 주민들은 "A씨가 '주민으로 인정받고 살려면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발전기금을 안 냈다는 이유로 A씨가 부녀회를 동원해 공공근로를 못 하게 막고, 볼 때마다 욕설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의행렬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원주민들은 귀촌인에 대한 불만이 있다. 이들은 "귀촌인들이 공동체에 섞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시골인심'이라는 단어가 싫다. 어떤 환상을 품고 시골에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동네 사람들도 그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귀촌인들도 "시시때때로 찾아와 발전 기금을 요구한다"며 "마을발전기금은 시골의 대표적인 갈등의 불씨"라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시골에서는 시골 법을 익혀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마을의 오랜 규칙이 도시 사람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지적보다는 관습을 인정하고 원주민들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