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冊] 책의 단상⑦...책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도덕성을 채운다 1
[이수진의 冊] 책의 단상⑦...책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도덕성을 채운다 1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9.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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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정수복 선생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로도스, 2013)은 전작 『책인시공(冊人時空)』(문학동네, 2013)의 속편으로써 좀 더 자세하고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풀어나가고 있다.

표제처럼 일곱 개의 질문이 제시되어 있는데, 하나씩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2. 그래도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3. 책 읽는 습관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4.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5.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6. 평생 얼마큼의 책을 읽을 것인가? 7. 책은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정 수복 선생 개인의 생각과 수많은 독서인들의 답도 들어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이는 적어도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으리라.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 한다. 
 
먼저 첫 번째 질문. 이 질문은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고, 돈벌이나 권력의 쟁취 또는 소위 자기계발과 무관한 독서행위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오늘날을 점검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중고대학생 들은 공부와 취업 스펙 쌓기에 치여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직장인 들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책은커녕 운동도 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책을 읽으며 미래를 설계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들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책을 읽지 않고 살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이유와 당위성이 있으리라.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스스로 책읽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책과 가까이 할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임은 두말 하면 군소리일 것이다.      

두 번째 질문.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책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왜 책을 쓰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어떤 분야이든 전문가들은 있게 마련이고 주로 그 전문가들이 책을 써서 그들 분야에 새로운 지식을 하나씩 쌓아가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흔할 것이다. 또는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의문에 답하고자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즉, 책읽기는 결국 타인이 쓴 글을 읽는 행위라는 뜻이다. 책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고 독자는 타인이 쓴 글을 읽으며 지식을 얻거나 정보를 취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가 축적되고 삶에 변화를 큰 겪기도 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이유는 8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80억 가지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우선 내 전공 이외 분야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고자 읽는 경우가 대부분(여기에는 국제정치학을 포함하는 인문사회과학 전반과 진화론을 포함하는 자연과학의 몇 개 분야가 포함된다)이고, 그 이외에 삶의 복잡하고 불가해한 양상들을 이해하고 최대한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장자』나 『채근담』, 『성호사설』 또는 『연암집』을 매일 조금씩 읽는다. 내가 책을 읽는 궁극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죽음을 넘어 그 너머를 보고자 하는, 살아있는 육체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그 신비를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부질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함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자신의 방광암 수술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까지 암에 대해 알고자 하는 그 생명력 넘치는 열정을 따라갈 수는 없어도, 앎에 대한 추구는 내가 언제까지고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 내 ‘존재의 이유’(김 갑수의 독서집인 『나의 레종 데트르』(미래M&B, 2007)에 의하면 프랑스어 ‘raison d'etre’가 존재의 이유라는 뜻)가 될 것이다.    
 
세 번째 질문. 책 읽는 습관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우선 주변에 책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 두어야 책 속에 빠져들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부모가 책 좋아하는 아이를 만든다고 흔하게 말하면서도 정작 제 아이가 입시를 앞두고 있거나 취업을 위해 스펙을 먼저 쌓아야 하는 대학생 자녀라면 어떨까?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주변에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도 요즘 세태에서는 책 읽기 습관 형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게임 등의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매체가 그나마 책 읽을 자투리 시간마저 빼앗고 있지 않은가?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 책이 넘쳐나도 읽지 않고 먼지만 쌓이는 경우는 또 얼마나 허다한지. 여기에 머니 투데이 인터넷 판(2014. 7. 25자)에서 읽고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던 「신 대한민국 리포트 (2) 책 안 읽는 사회  “무식한 대한민국.....  진지 빨지 말고 책 치워라”」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책 읽는 습관은 현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상황 들이 바뀌지 않는 한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나 있어 왔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 하나 뿐이다.
 
네 번째 질문. 읽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주고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이 포르노그래피이건 만화이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어떤 책을 읽던 그것은 순전히 그 개인의 선택 문제이고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자명해진다. 음식에도 육체에 좋은 것이 있고 해를 끼치는 것이 있듯이, 책에도 분명 악서와 양서는 존재한다. 게다가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이상 죽기 전까지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꼭 읽어야 한다면 가능한 양서가 좋지 않겠는가. 물론 양서와 악서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권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주로 고전인 것을 감안할 때 책 선택의 길잡이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최소한 100년 정도의 세월을 견디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책들 중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다가오는 책들을 주로 택해 읽는다. 물론 그 이상인 고전 중의 고전도 수시로 읽으면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절대 변하지 않은 인간성에 전율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 여기에 관심 분야가 많으면 많을수록 바람직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이미 하나의 시각만으로 나와 세계를 파악하기에는 단순하지 않은 시대이고, 그동안 축적된 지식의 양만 해도 엄청나므로 자신의 분야만을 고집하는 행위는 스스로를 좁은 틀에 가두고 지적인 호기심을 축소하는 어리석음에 불과함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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