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冊] 책의 단상⑤...책읽는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나
[이수진의 冊] 책의 단상⑤...책읽는 사람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나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9.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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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와 동시대를 살았던 소설가이자 번역가, 극작가였던 모리 오가이(森 鷗外, 1862~1922)는 “태어난 그대로의 얼굴로 죽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변한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스무 살 정도까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얼굴로 통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행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조금씩 그 사람의 마음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는 뜻이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면 더 많은 말을 알게 되고 더 깊은 인생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이 있는 생활에서 깊이 있는 얼굴이 나타난다. 또 책을 읽는 생활을 하면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제대로 된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자답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김삼웅 지음,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 시대의 창, 2008, p.132~133).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모리 오가이의 초상을 찾아보았는데, 자신의 말과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이다. 지성적이고 온화하며 그러면서도 세상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역시 작가이기 전에 독서인이라는 증거다. 실제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에 몰두했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훈육으로 만 다섯 살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1km나 떨어진 곳에 가서 『論語』와 『孟子』를 배웠으며 여덟 살부터는 한적(漢籍)을 익혔고, 아홉 살쯤부터는 아버지를 통해 의학 서적을 공부하기 위해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배우는 등, 유·소년기부터 매우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즉, 그의 생애 대부분이 책과 관련이 매우 깊고 그것을 실증내지 않고 착실히 수행해 나갔다는 뜻이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고, 그것이 내면에 쌓여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에 그대로 반영되었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 UHD TV의 초고속, 초고화질 이미지가 압도하는 기술시대라 해도, 인간의 내면의 깊이와 넓이는 그것으로는 절대 채울 수가 없다. 책은 죽었다는 둥, 전자책이 독서 시장을 개편할 것이라는 둥, 성급하게 상업적 논리와 결합한 얕은 판단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해도, 여전히 세상 구석구석에는 누렇게 바래고 군데군데 찢어진 책을 읽으면서 내면을 성찰하고 도덕적 심성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누군가도 반드시 있다.

그의 얼굴은 분명 지성미와 온화함으로 빛날 것이다. 책을 읽는 그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이 그 얼굴에는 성형수술로 만들어지고 규격화된 겉껍질의 아름다움이 아닌, 비록 영화배우의 얼굴처럼 아름답지는 않다 해도, 세간의 편견을 월등히 넘어서는 지적인 균형과 엄밀한 판단력, 그리고 투철한 도덕성이 드러나 있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할 것이다.

타고난 그대로의 얼굴을 독서를 통한 내면의 대화로 천천히 지성적으로 가꾸어나가는 노력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손쉽게 성형수술로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도 타고난 제 천박한 DNA는 절대 바뀌지 않는 법이다.

백치미로 유명했던 마릴린 먼로(본명 노마 진 모턴슨)는 할리우드와 남성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멍청한 금발 섹시미의 대명사였지만, 실제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난해한 소설 『율리시즈』를 탐독하고(정말 난해한 작품이다.

대학원 시절에 한 줄 한 줄 주석서를 펴놓고 샅샅이 읽었어도 표면적인 의미 외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학기가 끝난 뒤 손을 놓아 버린 나에 비해, 그래도 그녀는 모국어이니 만큼 이해는 했을 것이라 믿는다) 직접 시도 썼을 만큼 지성적인 여자였다.

그녀가 『율리시즈』를 읽고 있는 사진(이브 아널드, 1952년 촬영)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자니 육감적인 몸매보다 금발로 가려진 뇌 속이 보이는 듯 하고, 길고 짙은 속눈썹으로 가려진 두 눈이 향하고 있는 구절이 어디쯤이고 그 구절이 그녀의 뇌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을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어두운 배경에 그녀만 도드라져 보이는 사진의 효과로 인해 독서의 시공간은 현실을 뛰어 넘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대와 바로 연결되는 듯하다.

이처럼 독서의 본질은 바로 책을 통한 작가와의 내면의 대화라는 점에 있다. 작가가 인간의 근원적 고뇌에 대해 해답을 찾고자 분투노력한 그 수많은 나날들과 고통의 흔적을 고스란히 책에 기록하여 비슷한 고뇌에 시달리는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쓴 열매를 먹으라고 내밀지 않는가? 우리는 그저 서가에서 정말 이름난 책을 꺼내 읽어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인생사 누구라도 겪어야 하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 그리고 희미하게만 보이던 많은 고뇌들도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영원히 되풀이 되어 온 숙명임을 깨닫고 비로소 까닭 몰랐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라. 어떻게 보이는가? 탐욕스럽고 천박해 보이는가, 지성적이고 관대해 보이는가? 모리 오가이가 말했듯 현재의 얼굴은 독서를 통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는 평생 몇 권의 책을 읽느냐에 달려 있다. 단,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리 오가이처럼 주로 고전을 읽는 것이 하나의 가이드는 될 것이다. 아무튼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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