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冊] 조선시대 선비가 자녀를 기르는 법...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10가지 금칙
[이수진의 冊] 조선시대 선비가 자녀를 기르는 법...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10가지 금칙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8.14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지금은 아들이 군복무 중이지만 녀석을 키우던 때를 떠올려보니 새삼 부모로서의 자격을 과연 내가 얼마나 갖추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마땅한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부모라는 의무감에서 허둥지둥 실수를 거듭하며 나름대로 뒷바라지 하다 보니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아들. 그동안 쌓인 부자지간 정을 아들이 오래도록 간직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아들이 홀로 우뚝 서는 데 본바탕이 될 수 있도록...
 
문득 옛 선인들은 자식을 어떻게 길렀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서를 찾아보았는데, 『양아록(養兒錄)』이라는 조선 최초의 육아일기가 눈에 들어온다. 저자에 대해 조사해보니 아뿔싸! 나의 혈통인 성주 이씨(星州 李氏) 집안의 직계선조 매운당 문열공 이조년(梅雲堂 文烈公 李兆年, 1269~1343) 선생의 후손인 묵재 이문건(默齋 李文楗, 1494~1567) 선생이 쓰신 글 이었다.

그동안 한국고전 좀 읽었다고 자부해왔는데, 막상 내 몸에 흐르는 피의 근원인 문중 어른의 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통렬하게 반성한다. 너무 늦게 알게 되었는지라 『양아록』 자체에 대한 한글 번역본은 절판된 지 오래(중고서점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언젠가는 구하고 말리라).

그 대신 『양아록』 원문과 그에 대한 쉽고도 친절한 해설이 달린 김찬웅 저자의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글항아리, 2008)를 우선 구해서 읽어 보았다. 문중의 후손도 아닌 저자의 노력과 깊은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아무튼 문중 어른의 글로서 보다는 조선 선비의 글로서 천천히 읽어나가며 선인들의 육아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역사적 사실 몇 가지, 우선 『양아록』은 묵재 선생이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성주로 유배를 간 뒤 그곳에서 손자를 키우면서 기록한 글이라는 점이다.

문중의 일이기에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아 참혹한 시간들이 이어지던 차에 태어난 손자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척 컸다는 점이 돋보였다.

그런데 그 손자가 잔병치레를 여러 차례 겪었고, 학문을 멀리하고 놀기를 좋아했다는 점, 그럼에도 임진왜란 때 괴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적들과 맞서 싸웠다는 점과 전쟁이 끝난 뒤 나라에서 공로를 인정해 상을 내리려 했으나 당연한 일을 했으니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해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는 점 등, 할아버지의 훈육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들을 키울 때의 상황과도 겹치는 부분도 많았고, 그만큼 좀 더 일찍 『양아록』에 대해 알았더라면 아들의 훈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하고 그동안의 무심함에 반성도 많이 했다.

또 나의 부모님께서 자식들 기르실 때를 떠올려보았고, 아직 생존해 계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누나와 형과 나, 그리고 막내 동생까지 무한한 인연과 사랑으로 맺어진 혈육이라는 것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기회가 온다면 나 스스로 문중 어른의 이 글을 더 쉬운 한글로 번역해보고도 싶다. 이하 아래는 감명 깊었던 구절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1. 오늘 갓 태어난 손자를 보니 기쁜 마음이 든다. 만년에 성동(成童)으로 커가는 모습 지켜 보리라.(p.70)

2. 손자의 얼굴은 단정하지만 묘한 구석이 있고 겉으로 보이는 얼굴뼈나 머리뼈의 생김새가 평범하지 않았다. 자라면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숙길(淑吉)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p.72)

3. 언제 정신과 학식, 견문이 자라 장차 스스로 보호할 줄 알게 될까. 천금 같은 귀한 몸 잘 보존해야 하니 삼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보살피고 기르는 일 진실로 쉽지 않지만 어렵다고 해서 어찌 감히 소홀히 할 것인가.(p. 111~2)  

4. 그 옛날 현인은 물려받은 손발을 잘 보전하여 아름다운 자취를 남겨 오랜 세월 높이 받들어졌다. 손자는 마땅히 현인의 뜻을 따라 털끝 하나라도 감히 상하게 하지 마라. 어찌 다만 손가락 하나 다친 것을 아까워하겠는가.

심성이 어진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터. 마음을 다스려서 온전한 품성을 이루어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며 굳세고 단단하게 하라. 이루어진 성품을 보존하고 지켜나가 도의를 갖추어 복과 경사가 그치지 않도록 하라.(p.115)

5. 10여 세까지 잘 보살펴 주어 혈기가 한곳에 집중되고 정신과 학식과 견문이 성장하면 당연히 몸가짐을 가벼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후에 명운(命運)이 안정을 찾아 재앙과 질병, 좋지 못한 일을 면할 것이다. 쇠퇴해가는 가문, 네가 버팀목이 되어 떠받쳐서 천 년을 이어지게 해야 한다.(p.117)

6. 일찍이 천지(天只=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전염병을 앓는 것은 사뭇 험한 액운이다. 불길하고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어 내 몸이 대신 아프기를 바랐었다. 다행히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매번 스스로 마음 아파했는데 부모님의 은혜 어찌 갚을까. 지금 내 몸이 대신했으면 하는 것은 타고난 성품을 꾸미려는 것이 아니다. 하늘같은 어머님 은혜 크고 넓다는 것을 손자를 키워보니 모두 다 알겠다.(p.121)

7. 이것이 진정 더불어 사는 것. 한 뿌리 한 가지에서 나온 까닭이다. 손자 마음은 때 묻지 않았으니 타고난 성품 어찌 검게 물들겠는가. 너에게 바라건대 아름다운 품성 온전히 지켜 어른이 되어서도 해치거나 저버리지 마라.(p.128~9) 
   
8. 사람의 일은 조심하지 않으면 걱정과 근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손자야, 세상의 괴로움과 악이 모두 그러하니 너는 훗날 마땅히 몹쓸 병을 고쳐야 한다.(p.152)

9. 온순하고 공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갈고 닦아 함부로 말하지 않으며 고시(高柴)와 증삼(曾參)을 따르라. 고시와 증삼 두 스승은 오랜 세월 후대의 많은 사람들이 본받는 뛰어난 인물이다. 너의 그 성급하고 거짓된 마음을 없애고 선현의 발자취를 잘 따르도록 하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잃어버리지 않는 것. 이것이 공자를 잘 배우는 것이다.(p.165)

10. 아이를 오냐오냐 키워서는 안 된다. 고집 부리는 것을 내버려두면 오래도록 고치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날마다 생활하는 데서 일을 저지르면 엄격히 가르쳐 바로잡으려 한다.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지 않아 허물이 많아지면 은혜를 저버리고 인연을 끊게 될 것이다. 매우 상서롭지 못한 일을 그냥 두는 것은 하지 못하게 막는 것보다 못하다.(p.177~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데일리즈로그(주)
  • 발행소 : 03425 서울특별시 은평구 서오릉로21길 8, 해원빌딩 301호
  • 대표전화 : 02-385-3118
  • 팩스 : 02-385-3119
  • 제호 : 데일리즈
  • 등록번호 : 서울 아 02435
  • 등록일 : 2013-01-21
  • 발행일 : 2013-01-21
  • 발행인 : 신원재
  • 편집인 : 김경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민
  • 편집국장 : 신원재(010-6331-3610)
  • 데일리즈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3 데일리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iesnews@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