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日本 ⑦] 일본의 과거사 문제…'외국인' 없는 세계화 의식의 결과
[책으로 보는 日本 ⑦] 일본의 과거사 문제…'외국인' 없는 세계화 의식의 결과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8.0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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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멀고도 가까운 나라. 부산에서는 제주도 보다 대마도가 가까운 일본.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일본대사관 건너편 단정한 한복을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단발머리 소녀를 두고 얼굴을 붉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 일본에 대해 이수진 교수의 ‘책으로 보는 일본’을 꾸려봤다 <편집자 주>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고 처음 알게 된 뒤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고 나서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게 된 서경식 선생의 가족사와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양가(兩價)적 사유체계를 담고 있는 『난민과 국민사이』(서경식 지음, 임성모 외 옮김, 돌베개, 2006년)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저자의 두 형과 부모님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일들, 일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십만 조선인들의 스산했던 삶에 대한 통렬하고 절절한 사연들,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사회의 한결같은 차별과 노골적인 무시 내지 외국인 혐오증의 도를 넘은 일본정부의 정책 등, 국가에 귀속되어 세금을 내면서 투표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남한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처연함에 수시로 책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사과하지도 않으면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식과 다른 민족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며 국가주의로 급속히 기울어 가는 일본, 더욱이 이미 세계 유수의 군비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헌법상의 제약마저 벗어 던진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p.9)

이는 헌법 제 9조의 수정조항을 둘러싸고 일본이 벌여온 일련의 행동들이 과거 아시아를 지배했던 제국주의 시절의 자멸적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어 하는 야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대한국관은 과거 대조선관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과거 “...센진(조선인에 대한 멸시적 표현)의 썩은 머리를 깎을 기계는 없다며 이발을 거부하고 쫓아 보낸다, 정거장 대합실에서 자리를 양보하라며 구둣발로 찬다, 오늘은 조선이 일본에 패한 날이라며 조선 아이를 욕하는 소학생...”(p.50) 등의 조선인에 대한 일상적 차별은 저자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조센, 조센, 꺼져, 꺼져”(p.55)라는 경험과 겹치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민족적 차별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그만 울컥해진다.

성노예 위안부에 관한 대목에서는 일본인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하고, 조선을 식민지배 했던 과거의 오만함이랄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편견의 극한에 그만 일본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 스칠 정도로 깊은 인식의 골이 패여 있다. 여기에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광범위한 역사왜곡까지, 일본과 얽힌 악연은 언제나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 대부분은 일제 때 강제 동원되어 일본의 탄광 등에서 가혹하게 학대받으며 노동을 강요받다 비참히 죽어간 조선인들의 후손이다. 말하자면 일본이 필요에 의해 (그들 표현대로) 내지에 끌고 와 실컷 부려먹고는 해방 후 모든 권리를 박탈한 채 방기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하지 않고 구미의 마수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하겠다는 비논리적인 정책을 펴지 않았더라면 결코 일본에 살지 않았을 사람들이 바로 재일조선인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모든 책임은 일본에게 있는데 도리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윤리적인 태도가 재일조선인들을 절망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방 후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이 얽어맨 저자의 가족사 역시 비극 자체다. 고국인 남한으로 유학 온 저자의 두 형들은 간첩으로 몰려 꽤 오랜 시간동안 옥살이를 했고, 저자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깊은 성찰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제국주의나 대량학살로 인해 조국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디아스포라(diaspora)적 인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모든 폭력과 정치적 희생자에 대한 연민내지 연대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현대의 한국인들은 재일조선인(이 표현은 저자가 고집하는 표현이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동류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일본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해방 후 한국의 정책이 재일조선인들에게 얼마나 조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가? 아니, 재일조선인들에 삶에 대해 생각이나 제대로 해보았던가? 그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았을지, 얼마나 스산한 삶을 이어왔을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민족 차별에 일본으로 귀화하는 조선인을 단순히 비난하며 도덕적인 단죄를 강요하지는 않았는가?

사실 나도 서경식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 까진 재일조선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서경식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차별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한국인의 후손으로써 일본 사회에서 계속적 투쟁을 하겠다는 결의임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재일조선인 개개인의 삶에 대해 어렴풋하나마 관심이 생긴 것에 불과하다. 처절한 반성을 해야 할 대목이다. 서경식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판된 책들을 모두 읽어서 그동안의 나의 무지와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글을 마치기 전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해 보겠다. 지금도 외국인등록증 상시 휴대를 의무화하여 재일조선인들을 치안방해의 대상으로 항상 감시하는 일본정부의 비뚤어진 자세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의 재현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일본관은 과연 어느 선상에 서있는가?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경제적 파트너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위협에 공동대처하며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전략적 파트너인가? 일본인을 믿어야 하는가? 국가로써의 일본과 일본국민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일본과의 공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번씩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의식 없는 작은 세계화

그리고 『근대 일본의 조선인식』(나카쓰카 아키라 지음, 성해준 옮김, 청어람 미디어, 2005년)이 있다. 『근대 일본의 조선인식』은 일본 우익의 반한 감정 내지 조선 멸시론에 대해 일본 역사가 나카쓰카 아키라가 쓴 객관적이고 세밀한 분석서이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래 조작하고 널리 퍼트려 온 대 한반도관이나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서의 한일근대관계사에 대한 탁월한 저서라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는 광개토대왕비인데,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필요한 부분만 뽑아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화하는데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렇게 우리가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일 관계사가 일본에 의해 얼마나 왜곡되고 축소 또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되어왔는지에 관해 알고 싶거나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한시위 또는 혐한류 따위의 근거 없는 뿌리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양심적 역사학자로 글을 읽다보면 한국의 역사학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균적인 일본인과는 차이를 보인다.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동안 조작되고 왜곡, 축소된 한일관계사를 수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출판된 지는 꽤 되었지만 필독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자존심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고, 일본은 그저 물질적으로만 풍요로운 정신적 미성숙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서경식 지음, 반비, 2012년)은 ‘재일조선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비교적 쉽고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현대의 일본인들은 과거 세대가 저지른 악행과 아시아 침탈, 그로 인한 아시아 민중의 고통에 대해서는 눈 감고 귀도 닫고서 오직 자학사관, 암흑사관 운운하는 우익의 일방적 논리에 휘둘려 ‘재일조선인’에 대한 심리적, 제도적 차별을 강화해 왔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비뚤어진 영토에 대한 야욕과 제국주의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정치적 야심의 피해자들인 ‘재일조선인’을 반복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간과 공간으로 내몰고 있는 일본 정부와 일본인들의 현 정신 상태는, 여전히 제국을 꿈꾸며 다시 한 번 아시아를 침탈하고자 하는 망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되풀이 될 일본적 한계인 셈이다.

서경식 선생의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을 읽으면서 많은 눈물을 훔쳤다. 재일조선인들의 참담한 심정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꼈다. 아울러 재일조선인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고 더러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게 되어 마음의 빚을 갚은 느낌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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