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회찬을 보며…비정한 황금만능사회의 '유혹'과 '욕심' 차이
[기자수첩] 노회찬을 보며…비정한 황금만능사회의 '유혹'과 '욕심' 차이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8.07.2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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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강정욱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목숨을 끊었다. 그의 비극적 선택에 빌미를 제공한 것은 '돈'이었다. 돈이 전혀 없다거나, 언론에 오르내리는 수십억의 많은 돈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다.

돈과 상관없이 진보정치를 갈구하며 투쟁의 역사를 걸어온 그의 빈소에는 마땅히 상주(喪主)할 자식도 없다.

진보와 투쟁으로 옥고를 치르고 가정을 늦게 꾸리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고, 궁핍한 삶으로 입양도 거절당했다고 한다. 가난해져 버린 노동운동가 출신의 진보정당인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었다.

비정한 한 사람의 현실이다. 그러면서 더 비정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과감없이 드러낸다.

정치와 선거는 유독 돈을 먹는 괴(怪)생물체이다보니 노 전 의원의 경우 삶이 힘겨웠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노 전 의원 같은 경우는 힘든 싸움판이었지만 줄곧 '소신 있는 행동'과 '책임 지는 정치'를 강조했다.

17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이후, 18대 지역구에서의 낙선, 삼성 X파일로는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일로 19대 의원직 상실, 20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겨 결국 다시 당선되면서 계속 지켜온 철학이었다.

그는 지난 6월 "영수증도 필요없는 돈을 수천만 원씩 받아가도록 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신이 받은 국회 특활비 3000만 원을 공개 반납하며 여론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책임'에 대한 문제를 굉장히 강조한다. 죽음을 앞에 둔 그의 유서에서도 볼 수 있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금전을 건네받은 사실에 대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며 후회했다.

노 전 의원은 유서에서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적공진화모임'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며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드루킹은 이 사람을 오사카 영사 자리로 추천했다)의 십시일반이라는 후원금은 이런 저런 긴장감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조건이었다.

노 전 의원은 그러면서 "나중에 알았지만,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어리석은 선택이었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그 누구보다도 회한(悔恨)에 찬 표현이다. 평생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다짐했던 그였기에 누구보다도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그런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이 필요해지자 더더욱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전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유서에 적었다. 그에게는 '책임'과 '소신'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2016년 3월이면, 그 당시에 4ㆍ13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였기 때문에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정치후원금으로 볼 수 있다.

정치후원금은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정치자금은 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반드시 영수증을 발급해 주어야 하는 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돈을 받고서 신고를 하지 않은 노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대해 '잘못된 선택',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표현했지만 목숨을 던질 만한 실수는 아니었다.

다만 그의 '책임'과 '소신'을 강조하는 품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심성이었을 것이다. 이 점을 드루킹은 노린 것일까? 특검의 중간 수사 내용을 보면 드루킹은 정치인들의 이러한 점을 계속 파고 들었던 것 같다.

정치브로커, 이른바 드루킹이라 불리는 김동원 씨는 목적 달성이 용이하지 못하게 되자, 폭로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이라며 "민주노총을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려고 한다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니까 심상정, 김종대,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문재인 정부와 김경수 경남지사를 겨냥해 독설을 날리면서 김경수가 안되면 노회찬이라도 잡겠다는 심산을 꾸린 것이다.

그는 '돈'으로 하는 정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유혹'에 노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의당(특히 심상정 전 대표) 마저 민주당 이탈층이 정의당으로 오지않겠냐는 정치적 셈법을 그려가며 특검에 동조했다.

자신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지는 진보정당의 성공을 바라보면서도 언론과 특검의 시선이 정의당을 훼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그가 내린 결론은...비극이었다.

사족이다. 돈이 많아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는 쉽지 않기는 하다. 다만 없는 사람의 '유혹'이라는 굴레와 달리 있는 사람들은 '욕심'이다.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의 욕심'이 그 사람을 망치게 한다. 신문지상에서 많이들 보고 있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우리는 없는 사람, 사회적 약자, 그로부터 책임과 소신을 강조한 사람들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이 없고,  돈이든 권력이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2~3%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유혹이 많은 세상, 유혹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산중에서 면벽(面壁)하고 선(禪)문답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노 전 의원의 장례는 정의당 장인 5일장이며 국회에서 영결식을 치르는 국회장으로 열린다고 하지만 자신의 뜨거운 가슴 때문에 회한의 고민을 거쳐 목숨을 던진 이 시대의 아픈 정치인에게 5일장이 무엇이며, 국회 영결식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담당업무 : 정치·통일
좌우명 : '자본'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눈은 작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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