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日本 ②] 일본 사람, 한국 사람 어디까지 닮은 점이고 어느 만큼 다른가
[책으로 보는 日本 ②] 일본 사람, 한국 사람 어디까지 닮은 점이고 어느 만큼 다른가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7.1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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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멀고도 가까운 나라. 부산에서는 제주도 보다 대마도가 가까운 일본.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일본대사관 건너편 단정한 한복을 입은 무표정한 얼굴의 단발머리 소녀를 두고 얼굴을 붉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 일본에 대해 이수진 교수의 ‘책으로 보는 일본’을 꾸려봤다 <편집자 주>

조양욱의 『쌈지 속에 담긴 일본 이야기』(고려원, 1995년)와 김경민의 『일본이 일어선다』(고려원, 1995년)를 단숨에 읽었다. 전자는 한일 간의 사회 비교요, 후자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한 심층적 보고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목만으로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저서지만, 논의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일본이라는 국가와 개인에 대한 대부분의 의혹이 확연하게 벗겨진다. 후자인 김경민의 『일본이 일어선다』는 일본의 군사력을 말하는 편에서 다시 언급한다.

우선 조양욱의 책은 일본에서 이슈가 되었거나 실제로 겪었던 작은 사건들을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한일 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서술한다. 예를 들어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옴 진리교의 지하철 사린 독가스 살포 사건에서 고베 대지진에 이르는 일련의 대형 사건과 우리의 대구 지하철 폭발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비교한 것이다.

인재(人災)와 천재(天災)에 대한 한일 국민의 대처나 예방 능력을 얘기하고,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관리들의 망언과 그것에 반응하는 한국인의 태도를 분석하는 대목에서는 일본인들의 혼네(ほんね: 本音, 본심)와 다테마에(たてまえ: 建前, 명분)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비판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모르겠다는 것.

한국인들은 일본으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바라지만 일본인들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범했는지 조차 모르는 듯한 태도로 늘 그럴듯한 어휘 고르기에만 열중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보수 우익의 결코 변하지 않은 성향이 한반도 식민 지배의 정당성 부여에만 기우는 한국관을 고착화시켰다는 얘기다.

저들이 한반도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임진년 조일전쟁) 당쟁에 바빠 국가의 안위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던 우리 권력층의 한계를 떠올리니 가슴이 쓰리다. 한일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한, 서로의 민족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한, 한일 간의 기본 정서는 지배와 피지배, 피해 의식(열등감)과 우월감의 충돌이 되풀이될 뿐이다.

일본인의 심층심리에 깔려 있는 불안과 트라우마는 발달장애?

그 동안 소위 일본론을 꽤 많이 읽어 왔지만, 김정운의 『일본열광』(프로네시스, 2007년)은 단순한 일본 인상기가 아니라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의 심층심리를 파고들어 분석해 낸 일종의 문화 심리학서다. 따라서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칼 구스타프 융, 빌헬름 라이히 등의 이론을 빌어 일본의 생활문화 속 조화와 불일치의 원인을, 저자의 말을 빌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하나도 안 받아들이는” 일본이라 정의 내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일본에서 9개월간 살면서 가졌던 의문들, 그러니까 왜 일본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에게 집착하는지, 왜 일본의 책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도록 되어 있는지, 왜 할머니가 넘어져도 달려가서 “다이조부 데스카(대장부(大丈夫)입니까)?”라고 물어보는지 등의, 어쩌면 사소한 의문일 수도 있지만 거대담론으로는 설명하기가 모호한 일본사회와 일본인들의 행태에 대해 세밀한 부분까지 알 수 있다.
 
나는 특히 5장에서 분석한 일본의 중년남성에 대한 저자의 시각에 공감한다. 이미 50을 넘은 내 나이 또래 남성들의 고독과 슬픔에 대해 역시 저자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동질감 이상으로, 일본이나 한국의 중년 남성들은 심리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밀려나고 가정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이점에서 특히 일본에 불륜을 다룬 소설과 영화가 많고 대부분의 주인공이 중년 남성이라는 것이 현대 일본을 읽는 키워드라 해도 과장은 아닐 듯싶다. 그들에게는 매달려야 할 대상이 익숙한 아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일 뿐, 그래서 그 여자와 함께 죽는 자멸적 행동을 통해 자신의 뿌리 뽑힌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면?
 
이런 심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우익들이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며 일본의 고유영토라 주장하는 것도, 성노예가 확실한 위안부의 존재조차 부정하는 것도, 무엇이라도 매달릴 대상이 있어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심리적 기제가 아닐까? 아니면 일종의 발달장애? 일본인의 심층심리에 깔려 있는 불안과 트라우마를 한국인에게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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