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밖 세상⑫] 아프리카 땅을 밟다:핍박 속에서 핀 꽃, 파란나라 '쉐프샤우엔'
[골목 밖 세상⑫] 아프리카 땅을 밟다:핍박 속에서 핀 꽃, 파란나라 '쉐프샤우엔'
  • 홍세아 편집위원
  • 승인 2018.07.1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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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홍세아 위원]

쉐프샤우엔의  골목 풍경. ⓒ데일리즈
쉐프샤우엔의 골목 풍경. ⓒ데일리즈

‘파란 나라를 보았니? / 꿈과 사랑이 가득한... / 파란 나라를 보았니? / 천사들이 사는 나라’

누구나 한 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동요 ‘파란나라’의 가사 일부다. 어릴 적 동요 속에서 꿈꾸던 세상, 그곳을 모로코에서 만났다.

리프산맥 두 개의 봉우리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을, 쉐프샤우엔이다.

관광지로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처음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그저 벽돌을 파랗게 칠해놓은 이 마을을 가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쉐프샤우엔은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 친구들에게도 인기 좋은 여행지로 꼽힌다.

나는 그저 사진 찍기 좋은 곳,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라기에... 다른 동네보다 예쁜 사진들을 많이 간직한 곳이기에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 분위기에 반했다. 수많은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쉐프샤우엔이 가진 여유에 마음을 뺏겼다.

부끄럽지만 쉐프샤우엔을 방문하기 전에는 이 마을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알지 못했다. 고도 660m에 위치해 버스를 타고 고불고불한 산길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이 곳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심지어는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파란 페인트를 칠하도록 국가적 정책을 쓰나 싶었다.

물론, 땡! 틀렸다.

쉐프샤우엔 사람과 마을 풍경. ⓒ데일리즈
쉐프샤우엔 사람과 마을 풍경. ⓒ데일리즈

쉐프샤우엔은 1930년부터 푸른빛으로 물들었고, 지금까지 그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과거 쉐프샤우엔의 건물들은 이슬람 전통 색깔인 초록빛을 띄었다.그러다 에스파냐에서 이주해온 유대인들에 의해 파란 벽을 가지게 됐다. 유대인들은 하늘, 천국, 그리고 신을 의미하는 파란색을 신성시 여긴다.

이즈음 무슬림들도 함께 쉐프샤우엔으로 들어왔다. 유대인과 무슬림들은 종교적 핍박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했다.

당시 에스파냐는 유대인과 무슬림들이 살던 남부 지역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고는 남부 지역에 살던 유대인과 무슬림들에게 가톨릭을 강요했다.

이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거나 처형당해야 했다.

이들은 새로운 삶을 찾은 곳이 쉐프샤우엔이다. 이후, 유대인들은 새로운 거처를 찾게 해준 데 감사하다는 의미로 벽을 파랗게 칠했다고 한다.

현지인들 중에서도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나는 그들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모로코에서 만난 무슬림들을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종교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봐온 탓이다.

쉐프샤우엔 광장 모습. ⓒ데일리즈
쉐프샤우엔 광장 모습. ⓒ데일리즈

그래서 물었다. “자신들이 종교적 이유로 쫓겨난 것에 대해서는 불평하지 않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내어 준 데 감사했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니?”

“신은 인간과 달라. 그에게는 다른 완벽한 계획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길로 우리를 인도한 거지. 우리는 그 계획을 믿어. 지금 쉐프샤우엔을 봐. 관광지로 번영하고 있잖아.”

그리고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앞집 총각도, 옆집 언니도, 뒷집 아줌마는 물론, 시장의 할아버지까지 같은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국과 달리 국가 전체가 종교로 연결됐을 때, 종교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정도일까하는...

이 때 브라질 친구에게 들었던 한 문장이 스쳤다.

몰타에서 지낼 당시, 브라질 출신 여자친구에게 두바이 출신 남자친구를 소개해 준 일이 있다. 당시 둘은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고 몇 번의 데이트도 즐겼다. 하지만 쉽게 인연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별칭 '스머프 마을'로 불리는 쉐프샤우엔의 골목과 언덕에 올라 바라본 쉐프샤우엔 전경과 풍경(원). ⓒ데일리즈
별칭 '스머프 마을'로 불리는 쉐프샤우엔의 골목과 언덕에 올라 바라본 쉐프샤우엔 전경과 풍경(원). ⓒ데일리즈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너희 둘이만 서로 좋다면, 심지어 결혼 얘기까지 했다면, 뭐가 문제야?”

“우리가 사는 국가나 직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가족이나 종교, 나의 신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서로를 향한 깊은 마음에도 그들이 넘을 수 없던 벽은 국가도, 직장도 아닌 종교였다. 크리스찬과 무슬림 사이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들에게 종교는 가족과 같은 것이었던 거다.

동화 같은 마을 쉐프샤우엔에서 나는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종교의 무게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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