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즈 전은솔 기자]
강원 고성군 건봉사에서 무산스님 다비식(茶毘式)이 거행됐다. 이 시대 마지막 '무애도인(無碍道人)'으로 일컬은 무산 스님은 지난 26일 강원 속초시 신흥사에서 세수 87세, 승납 60세로 입적했다.
신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무산스님은 이 곳의 조실스님이기도 하다. 조실스님은 큰 사찰의 정신적 지도자로 그 사찰의 선풍(禪風)을 대표한다. 사찰의 행정을 맡아보는 주지스님과는 다르다.
생전 스스로 제대로 중이 되지 못했다 해서 '낙승(落僧)'이라고 자신을 낮췄던 무산스님은 불교계에서 '설악산 호랑이', '강원도의 맹주'로 통하면서 정치권과 문화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거리낌 없이 인연을 쌓았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말하면서 "살아계실 때 생사일여,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이셨으니 '허허'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잔 올린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30일 무산스님 영결식은 설악산 신흥사 내 설법전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됐다. 영결식을 마친 스님의 법구는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인 고성 건봉사 연화대에서 치러졌다.
다비 하루 뒤인 31일 타고 남은 뼈를 수습하는 습골 작업 후 신흥사 극락보전으로 안치돼 입적 49일이 될 때까지 49재를 치른다.
49재를 치르는 동안 신흥사는 경내에 부도탑을 조성한 뒤 무산스님의 습골을 모셔 영원한 수행안식처를 마련한다.
무산 스님 49재는 오는 6월 1일 신흥사서 초재를 시작으로 7월 13일까지 백담사, 낙산사, 만해마을, 진전사, 건봉사를 거쳐 다시 신흥사로 이어진다.



영결식 도중 제공된 무산스님의 육성법문에는 "오늘의 고통, 중생의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산스님의 '적멸을 위하여'라는 시는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로 쓰여졌다.
한편,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출가한 무산스님은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종단 최고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또한 '조오현'이라는 필명으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으로도 유명하며 만해 한용운 선사의 사상을 알리는 데 큰 업적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