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장 폐기 포인트…’비핵화 진정성’ 어디까지인가
北 핵실험장 폐기 포인트…’비핵화 진정성’ 어디까지인가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8.05.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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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2의 리비아를 거부한 채 미국과 동등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남한 이용하기?

[데일리즈 강정욱 기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중국 방문 이후 급변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는23~25일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 진행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회담 당일 거부하는가 하면 집단탈북 여종업원들의 소환도 요구하고 있어 최근 해빙 무드였던 남북 관계 마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표면적인 이유는 한미연합훈련은 핑계이고,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국회에서 기자회견 한 반체제발언 등을 이유로 조만간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쥐려한다는 의도가 읽히고 있다.

아울러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도 틀어버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로서 북한의 의중을 듣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전 남북미 관계의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만남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본격적인 비핵화 로드맵 이행의 첫 조치에 해당되는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결국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확인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북한이 공공연하게 한국을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 그 속내는 확실하지 않으나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로 보여지고 있어 중국 측의 입김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4ㆍ27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7~8일 중국을 두번째로 전격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던 김 위원장이 북한의 경제 개방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개혁ㆍ개방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룩한 전례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중국식 경제 개혁을 담보했을때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태도를 달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풍계리 폐기 행사 – 김정은 몽니 = 성동격서(聲東擊西)일까?

같은 날 북한이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남측 방북 취재단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하고 이를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 기자단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앞서 18일 정부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발송한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이 담긴 통지문 접수를 거부했다. 아울러 북한은 남측의 취재 절차,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모든 문의에 일체 답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행사 준비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남측 방북 취재단(통신사 뉴스1, 방송사 MBC)은 일단 2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다가, 미국 ABC와 AP, 영국,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22일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서 북한 비자를 발급받은 뒤 고려항공 전용기편으로 베이징에서 원산 갈마비행장-특별전용열차로 풍계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결국 북한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미회담의 판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이 같은 '딴지'와 '몽니'는 미국과의 줄다리기에 한국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을 독재자와 혁명가의 얼굴을 동시에 지닌 '두 얼굴의 사나이'로 묘사하며 사회적, 경제적 개방주의를 약속하는 동시에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이는 전략을 짜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핵무기를 공개하고 수동적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체제 보장도 약속 받았다. 하지만 리비아 내 반군과 경제적 혼란 속에서 카다피 대통령은 반군들에게 끌려나가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런 점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가(북한이) 리비아 같은 비참한 말로를 걸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을 방증할 수도 있어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의 태도에 대해 "여종업원들은 이미 법률적 절차를 완료해 우리 국민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본질이 어디에 있든 그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이 내달 북미정상회담을 겨냥 남측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공고히 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간 판문점 선언은 사실 북미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전략은 북미간 협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고 교수는 "지금 구도의 중심 고리는 분명 북미이고, 그 중심고리가 풀려야 나머지 다른 고리(남북)도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중국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성들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기획탈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대변인을 통해 "우리 여성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여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연계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아울러 태영호 전 공사는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 초청으로 지난 14일 국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상대방을 착각하게 만드는데 아주 능하다. 핵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급하고, 거칠고, 즉흥적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체제 보장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16일 태 전 공사를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지칭하며 당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국회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북한 지도층의 실상을 폭로한 태 전 공사가 출간한 <3번 서기실의 암호>는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와 함께 남북관계의 역효과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1997년 남한으로 망명했다가 2010년 작고한 황장엽 북한 대남담당 비서 역시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핵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요, 도구일 뿐이다. 권력만 유지되고 수령체제가 이어진다면 핵을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바 있다.

 

담당업무 : 정치·통일
좌우명 : '자본'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눈은 작아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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