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香齋 풍경과 일상] 책 읽는 법⑥…주제별(syntopical) 독서법의 남다른 혜택
[淸香齋 풍경과 일상] 책 읽는 법⑥…주제별(syntopical) 독서법의 남다른 혜택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5.0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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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데일리즈’는 이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의 다양한 식견(識見)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淸香齋 풍경과 일상]을 연재한다. 독서와 음악,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역사 등에 대한 이수진 교수의 다양한 이야기와 독후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정신적 나이의 젊음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책은 어떤 책일까? 질문을 바꾸면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어야 정신에 자극을 주고 사회의 진보에 보탬이 되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내가 읽은 몇 권의 책들을 중심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자신의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또는 몇 개인지에 따라 책의 선택이나 읽는 속도 내지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관심분야가 꽤 많고 넓은 편이므로 내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도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나는 주제별(syntopical) 독서에 익숙하므로 한 번에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여러 권 읽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

각설하고, 먼저 나는 한국의 고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멀리는 일연(一然)의 <三國遺事>부터 현대의 함석헌(咸錫憲)까지, 특히 실학사상(實學思想)에 관심이 많아 다산 정약용의 저서를 가능한 구해서 여러 권을 읽어 왔다.

여기에는 <목민심서>는 물론이고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나 역시 유배지에서의 심정을 토로한 많은 한시(漢詩)들, 그리고 기(記), 전(傳), 서(書), 설(說), 논(論), 원(原), 소(疏), 기사(紀事), 잡문(雜文) 등 다양한 형식의 짧은 글들에 이르기 까지 샅샅이 찾아 읽었다. 따라서 다산 선생의 저서로는 <경세유표> 만이 아직 읽지 못한 책인데(여기서는 현대 한국어로 번역된 책만을 의미한다. 아직 번역되지 못한 저서까지 한문 원문으로 읽기엔 내 한문 실력이 너무도 일천하다), 번역서로 모두 3권이나 되는데다 모두 합하면 1,8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어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학과 관련하여 현재 읽은 초정 박제가의 <북학의>는 그야말로 이론과 실용을 겸비하고 있어 만약 이 책을 조선 사람들이 널리 읽고 국가적인 관심으로 확대되었다면 결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다.

오히려 일본은 따라올 수 없는 과학 기술력을 확보하여 일본쯤은 가볍게 제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보물이 옆에 있어도 널리 쓰이지 못했던 이유는 기술을 천시하고 정신적인 우월성만을 강조했던 조선의 성리학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선인들의 애민정신과 사회개혁 또는 학문에 대한 깊은 뜻이 담긴 책들을 공들여 읽는 것을 내 독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도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 퇴계 이황의 <퇴계집>,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 청장관 이덕무의 <사소절>, 그리고 남명 조식의 <남명집> 등을 부지런히 그리고 깊이 읽어 내 정신과 마음속에 한국인으로써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 나가고자 한다.

두 번째, 나는 인간의 성향에 깃들여 있는 악의 본질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친밀한 살인자>, <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또는 <범죄의 해부학> 등, 범상치 않은 표제로도 알 수 있듯 인간의 어두운 심성에 관한 책들을 수시로 읽는다.

이 주제를 읽어 온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고, 이 주제에는 유대인이나 아르메니아인, 또는 집시나 인디언 등에 대한 제노사이드(Genocide)와 전쟁 상황에서의 민간인 학살, 연쇄 살인범의 심리, 프로파일링, 법의학, 범죄심리학, 강제수용소, 파시즘,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에게 열광하는 대중심리, 또는 고문이나 사형제도, 테러리즘과 폭력적 세계화 등에 이르는 방대한 소주제가 포함되며, 나는 각각의 소주제에 대한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인간성의 어둠과 악마성, 그리고 인간의 심층심리에 대해 깊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눈길을 돌리거나 별다른 죄의식 없이 병적인 집착을 보이게 마련인데, 나는 독서를 통해 오히려 인간성의 어둠을 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내 속에도 깃들여 있을 잔혹성과 야수성을 통제하고 길들여 선하게 살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 역사에도 사화(士禍)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죽임을 당했고, 유배지에서 한 많은 생을 마쳤던가. 6ㆍ25 때 학살당한 민간인들과 베트남전에서 미군과 한국군에 의해 마을 단위로 사라져간 수많은 민간인들, 경제봉쇄로 인해 굶어 죽은 이라크의 어린이들 수만 명..... 인간은 여러 가지 명분들을 구실로 동족을 학살해왔다. 작금의 시리아를 보라.

이집트는 다시 독재로 회귀하려 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같은 셈족이면서도 종교의 차이(사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가 다 같은 뿌리가 아닌가?)를 구실로 절대 화해하지 않고 서로를 죽이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남북한은 어떤가? 아니, 가까운 예로 지금 한국에서 거의 매일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과 살인사건, 유괴 및 실종 사건들을 떠올려 보라. 이렇듯 사회병리학적 현상들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려면 우선 자신을 포함하는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필자 : 이수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
                  - 르네상스ㆍ셰익스피어 / 근현대 영미희곡 전공(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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