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③…경제 이해와 자본주의 작동 방식의 성찰 필요
[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③…경제 이해와 자본주의 작동 방식의 성찰 필요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4.10 23: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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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데일리즈’는 이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문학문화학과 외래교수의 다양한 식견(識見)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淸香齋 풍경과 일상]을 연재한다. 독서와 음악,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역사 등에 대한 이수진 교수의 다양한 이야기와 독후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관해 쓰다가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무튼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읽은 후에 이어서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그야말로 저자의 글 속에 빠져 들어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 100년의 역사에서 그 모순과 혼돈의 도가니 속을 파헤치며 자본주의를 고통스럽게 읽어 낸 여러 인문학자들의 사상이 요약되어 있다.

근대와 더불어 시작된 자본주의의 본질과 그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환상 또는 이미지들, 자본, 즉, 화폐의 소유와 무소유가 만들어낸 극적인 계급적 대조로써의 패션과 신상품들, 그리고 까닭 모를 불안감과 공허한 행복감, 이 모두를 장악한 거대 산업자본의 전략과 전술들. 현대인들이 쇼핑 중독과 끝없는 바꿈질에 골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거대 산업자본이 만들어낸 신상품과, 그 신상품이 담고 있는 물질적 교환가치를 넘어서 거대 산업자본이 부여한 그 이상의 상징가치 때문이다.

스마트 폰이 생산되면서 스마트 폰 이외의 휴대 전화기가 구식이 되어버리고 소유한 사람마저 구식 취급받는 것,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무엇인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거나, 소위 명품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말하자면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집단성에 불과한 것을 마치 시대를 앞서가는 것인 냥 느끼도록 강요하는 거대 산업자본의 교묘한 논리에 속고 있는 것이다.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멀쩡한 제품을 버리고 또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가 생존하는 방법이라 할 때, 세련되고 황홀한 광고와 다종다양한 전략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상품이 그 소유자를 특정한 계급 또는 계층에 속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면, 예를 들어 과거 유럽에서 가발이 귀족과 평민 계급을 나누는 중요한 소품이었듯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감은 이후 상품을 구매하고 소유하게 되면서(엄밀히 말해 또 신상품이 나오기 전 까지겠지만) 정신적 행복감에 젖게 되고 동시에 계속되는 갈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자이자 상품 구매자인 대다수 사람들은 거대 산업자본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하고 충실한 소비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 수없이 많은 신용불량자들도 사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육박해 오는 산업자본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딜레마를 여하히 극복할 수 있는 기준이나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이 책에서도 많은 인문학자들이 자본주의 전략과 모순까지는 인식하고 분석해냈지만 정작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일본의 현대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 자본주의를 대신할 만한 것으로 제시하는 생산-소비 협동조합이 그나마 시도해 볼 만한 대안이다. 그에 따르면 먼저 화폐에 대한 신앙을 거부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것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지 않고 돈으로 다른 것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결단” 즉, “결코 돈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서 잉여가치를 남기는 자본가가 따로 존재할 수 없다(p.429)”는 것이 핵심이다.

거대 산업자본은 결국 화폐, 즉 금융자본의 축적을 본원적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개개 소비자들로 하여금 끝없이 돈을 쓰게 해야 하므로 역시 끝없이 신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상품에 갖가지 이미지와 상징을 부여하여 지갑을 열게 만들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생산-소비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자본주의라는 비대화된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거대 산업자본과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상, 나를 포함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인식전환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나 역시 구매하고 싶은 상품(주로 책과 CD 등 문화와 관련된 것들)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고 결국 구매하고 나서야 행복감에 젖었던 때도 있었다. 문제는 그 행복감이 절대 오래가지 않는 다는 것에 있다. 갈증이 찬 물 한 잔에 금방 해갈되듯,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오랜 충동에 비해 만족감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그 상품이 사치품이거나 소위 명품처럼 때로는 나의 경제적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고가일 때는 갈증과 해갈의 단계가 더욱 짧다. 남는 것은 어마어마한 카드 빚과 생활에 대한 고통 뿐이다.

다행히도 나는 명품이나 사치품에는 관심이 없고(솔직히 말하면 명품을 매개체로 특별히 속하고 싶은 집단도 없고 사치품을 둘 만큼 아파트가 크지도 않다. 나는 타인과 구분되는 삶을 지식과 지혜의 유무에 두지 사치품이나 명품에 두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들에 대한 유혹이 덜하다.) 오로지 독서와 음악, 그리고 문화적인 삶에만 관심이 있다. 어쨌거나 해결책이 무엇이든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치고 제대로 볼 수 있는 끈을 마련해 준 인문학자들에게 감사한다.

두 달에 걸쳐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대한 집중 독서를 통해 나는 많은 통찰력과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은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배의 과정에서 임금의 착취나 축소 따위 자본가의 음모만 아니라면 나는 적은 돈에도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내 노동의 정당한 대가는커녕 그 신성함마저 짓밟는 행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으리라. 그래서 더욱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자본의 작동 방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어떤 대상 때문에 괴롭다거나 마음이 혼란스럽다면 그 대상을 철저히 파헤쳐라. 그러면 어느새 본질에 육박하게 되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 방법은 정평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다. 올해도 언제나처럼 학기가 시작되었다. 강의를 통해 대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대해 내가 얻은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리라.
 

필자 : 이수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 
                  - 르네상스ㆍ셰익스피어 / 근현대영미희곡 전공(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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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 2018-04-12 23:03:52
교수님의 "청향제 풍경과 일상"을 대하면서 어렵게만 느꼈던 경제라는 장벽이 한층 낮아질 듯 합니다.
기대 되네요.......
경제라는 바다의 처녀항해에 편승하게 된것에 대하여 ......^^

조한진 2018-04-12 22:54:23
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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