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②…자본주의적 스펙을 버리고 책에서 知識을 읽자
[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②…자본주의적 스펙을 버리고 책에서 知識을 읽자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4.10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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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데일리즈’는 이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문학문화학과 외래교수의 다양한 식견(識見)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淸香齋 풍경과 일상]을 연재한다. 독서와 음악,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역사 등에 대한 이수진 교수의 다양한 이야기와 독후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다음으로 읽었던 책은 저명한 경영학 교수인 Peter F. Drucker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저자가 자본주의 이후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식사회에 관한 제3부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는 고도의 기술, 즉 지식을 가진 피고용인이 없이는 기업경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책이 집필된 때가 1993년임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는 맞는 예측이라 하겠다. 사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지식을 가진 사람은 경제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지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보장되지 않게 되었고,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지식의 습득에 둔감했거나 무관심했던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그때 마다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의 습득은커녕 오로지 영어 성적과 소위 스펙에 목을 매고 취업만을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절망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학생들 스스로는 또 얼마나 절망적일지, 그들이라고 지식에 대한 갈망과 지적인 호기심이 왜 없겠는가? 현실이 그들을 취업에만 매달리도록 몰아대고 있을 뿐.  

이렇게 학교 교육이 학생들에게 전인적이며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본주의 체제에 예속되는 절름발이 지식만을 주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정작 필요한 지식은 무엇이고 학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사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은 한가지에만 통용되는 편협한 것이 아니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능숙하게 적응할 수 있는 지식이다. 따라서 하나의 지식에만 능숙한 사람은 더 이상 발전의 가능성이 없고 생존 자체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식을 어떻게 쌓아야 할까? 무엇보다도 대중 학교교육의 질적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대학을 보내고 취업만을 위한 교육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빠른 변화에 소용이 없다.

비유하자면 이미 만들어진 스마트 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단순한 소극적 행동이 아닌, 스마트 폰이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적극적이고 창의성 있는 교육, 그러니까 학생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교류하며 그것을 통해 거의 모든 현상들을 스스로 파악하고 전인적인 인격을 정립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너무 이상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옛 조선의 선비들은 스스로 그렇게 했다. 아무리 처지가 불우했어도 한탄하지 않고 어떻게든 다양한 책을 읽고 시를 썼으며 이상과 현실의 조화에 힘썼다. 당시 선비들의 지식은 현대의 어떤 지식인보다 포괄적이며 다종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그 깊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넓이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달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전공 하나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하나의 삶밖에 살 수 없지만, 전공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책을 읽거나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은 자본주의 이후이건 또 그 이후이건 어떻게든 생존할 힘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책을 읽어라, 아주 많이. 지식의 흐름을 따르지 말고 앞서 가라. 그러면 어떤 지식이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독서야말로 지식을 쌓고 지식의 전모를 파악하는 기본이다. 바탕에 깔려 있는 다종다양한 지식이 없다면 시대의 변화에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필자 : 이수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 
                  - 르네상스ㆍ셰익스피어 / 근현대영미희곡 전공(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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