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①…經世濟民의 실천적 경제는 어디에 있는가
[淸香齋 풍경과 일상] 경제와 자본에 대한 독서①…經世濟民의 실천적 경제는 어디에 있는가
  • 이수진 교수
  • 승인 2018.04.10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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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수진 교수] ‘데일리즈’는 이수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의 다양한 식견(識見)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淸香齋 풍경과 일상]을 연재한다. 독서와 음악, 애니메이션, 밀리터리, 역사 등에 대한 이수진 교수의 다양한 이야기와 독후감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대학 강사로 살다 보니 방학 중에는 수입이 거의 없는 편이다. 자본주의 사회체계 내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고픔의 육체적 실감 이외에, 필요한 물질을 교환할 화폐가 없다는 정신적 자존(自尊)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해서, 이번 겨울 방학 약 2개월간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관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다.

먼저 안병직ㆍ장시원의 <경제학 개론>을 통해 다양한 경제이론의 기초개념과 현대경제의 기본문제 등을 개괄적으로 학습했다. 뒤 이어 Eric Roll의 고전적인 저서 <경제사상사>와 Todd G. Buchholz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두 권을 통해서는 이름난 경제학자들의 쟁쟁한 경제이론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범위에서 통독하며 장구한 흐름을 파악했다. 이후 시간이 나는 데로 유명 경제학자들이 직접 쓴 저서들을 한 권씩 찾아 읽어나가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어렵고 딱딱한 책들을 읽고 나니 실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젊은 경제학 전공자인 Conor Woodman이 쓴 매우 유쾌한 책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약력에 따르면 이 책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하루 100만 원을 넘게 벌던 저자가 비인간적 숫자놀음에 회의를 느끼고 고액연봉 직장을 포기한 뒤에 전 세계의 상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4대륙 15개국에서 벌였던 6개월간의 장정을 기록한 일종의 거래일지다.

경제학 이론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실제 현장에서 저자는 경제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결론은 “먹고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계 경제의 전부다(p.349)”라는 말에 요약되어 있다. 그러니까 경제는 초거대기업의 초국가적인 금융자본의 흐름만이 핵심이 아니라 영세기업이나 개인 기업들의 소규모 거래가 더욱 소중하다는 뜻이다. 아주 오랜 옛날 물물교환 경제가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경제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경제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개인은 없어야 하기에….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끝마쳤으니 이번에는 인간이 발명한 경제체제 중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자본주의에 관한 책들 차례다. 해서 먼저 대단히 도발적인 제목만큼 자본주의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비교적 쉽게 서술한 조준현 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의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본주의>를 읽었다.

이 책은 자본의 독점이나 경제 대공황,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의 화두를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을 하나씩 파고들어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제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1945년 이후 서구 선진국의 자본주의 경제를 객관적으로 정리한 Philip Armstrong 외 2인 공저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를 읽었다. 이 책은 소위 선진국 경제가 어떤 과정을 겪었고 어떤 정책을 실시했는지를 살피며 현대자본주의의 변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모델로 숨 가쁘게 쫓아온 결과 2017년 기준 세계 11위권의 경제를 자랑하게 되었지만, 그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찰하여 풀어가야 할 과제다.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지만 한국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역 부근이나 시청역, 또는 광화문역에 갈 때마다 그 곳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제학자나 또는 강단의 교수들 조차 여전히 소외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실천적 경제 정책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도 바로 이와 관련이 있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희생과 고통을 선진국들이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관한 제 3편을 자세히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매년 반복되고 있는 노사 간 갈등과 폭력에 몸살을 앓는 우리 사회의 병폐 해결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잘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경세제민(經世濟民),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줄인 말이 경제(經濟)이기 때문이다.

 

필자 : 이수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외래교수 
                  - 르네상스ㆍ셰익스피어 / 근현대영미희곡 전공(영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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