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기획전...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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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기획전...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려
  • 이재찬 외부기고가
  • 승인 2018.04.0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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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이재찬]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열리고 있다. 기간은 지난달부터 오는 15일까지다.

3ㆍ1 운동 99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 행사에는 140여 점에 이르는 손승현 작가의 사진을 비롯해 미국 데이비드 플래스 교수와 송기찬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교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인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전시회가 열리는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데일리즈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전시회가 열리는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데일리즈

일제의 잔혹한 역사를 증언하다

전시의 배경이 되는 일본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은 1980년대 일본의 시민과 종교인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6년부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의 민간 전문가들과 학생, 청년들이 함께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평양 전쟁 시기의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50여구를 발굴했고, 인근 사찰 등에서 100여 구의 유골을 수습했다.

이들은 그 동안 발굴, 수습한 한국인 유골 총 115구를 유족과 고향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70년만의 귀향'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손승현 작가 사진...'70년만의 귀향'

이 전시를 주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홋카이도에 강제 연행된 한국인의 유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국교가 정상화된 지 50여 년이지나도록 국가는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방관했다. 이들과 함께 강제 노역중에 희생된 연합군 포로와 중국의 징용자 유골은 이미 오래전에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조선인은 죽음 후에도 차별받고 버림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와 평화를 다짐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본 프로젝트를 통하여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전시로서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SeMA 벙커와 벙커로 내려가는 지하계단. ⓒ데일리즈
SeMA 벙커와 벙커로 내려가는 지하계단. ⓒ데일리즈

역사의 어둠에 묻힌 혼백의 한(恨), 풀어야 할 숙제

작가 손승현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과 노동으로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 과정을 다큐멘터리 사진형식으로 재현했는데 사료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했다.

데이비드 플래스의 다큐멘터리 'So Long Asleep (길고 긴 잠)'은 조선인 희생자 115명의 유골을 한국과 일본의 자원 활동가들이 함께 발굴해 일본 열도를 관통하는 여정 끝에 고국 땅에 안치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송기찬의 다큐멘터리 'another 고향'은 유골 발굴에 참여했던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에 관한 인터뷰 영상이다. 이번 전시는 2015년에 선보인 바 있는 '70년 만의 귀향'의 연장이자 그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로 오는 8월, 일본의 오사카와 동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여의도 대중교통환승센터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문을 열고 지하 2층 깊이의 계단을 내려가면 전시장이 있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이 열리는 'SeMA 벙커 역사 갤러리'의 벽면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남태평양 섬으로 끌려간 우리 동포의 쓸쓸한 표정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세월이 지나도 얼룩진 역사는 남아 있다. 이로 인한 상처는 치유되어야 하고 한(恨)을 달래야 나라의 힘이 강해진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뜻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가 가동되는 이치와 같다. 'SeMA 벙커'가 전시공간과 역사 갤러리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과 투자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지하 벙커에서 '서울시립미술관(SeMA : Seoul Museum of Art)'로 변한 전시장 모습. ⓒ데일리즈
지하 벙커에서 '서울시립미술관(SeMA : Seoul Museum of Art)'로 변한 전시장 모습. ⓒ데일리즈

한편, 여의도 지하벙커로 불리는 이곳은 2005년 5월,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짓기 위한 현장 조사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무릎까지 물이 차 있던 벙커는 경호원 대기실(180평ㆍ약 595㎡)과 VIP실(20평ㆍ약 66㎡)로 꾸며져 있었다. 큰 방은 너비 10m 이상 길이 50m 정도의 직사각형 형태로,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다. 복도로 이어진 작은 방에는 소파와 화장실, 샤워실이 있다.

지하 벙커의 천장과 바닥 등 내부 벽은 모두 콘크리트로 감싸져 있으며, 외부와 연결된 출입구는 총 3개이다. 전시장 모퉁이를 돌아 오른쪽으로 가면 소파가 놓인 방 하나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1970년대 후반 VIP실로 쓰인 장소다. 이 시설들은 유사시 대통령 등 중요 요인들이 대피할 방공호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의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해 2013년 이곳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으며, 2017년 10월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SeMA 벙커로 시민 품에 돌아왔다. 경호원 대기실은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VIP실은 역사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 : 이재찬 외부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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