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코리아①] 변함없는 '주주총회'…큰 이변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인지 코리아①] 변함없는 '주주총회'…큰 이변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강수연 기자
  • 승인 2018.03.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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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즈 강수연 기자] 변해야 하는 대한민국을 수용하는 세력과 거부하는 자본기득권 세력이 있다. 이들의 대결은 항상 기득권층의 승리였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변화'는 세상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고, 지난 광화문광장의 '촛불혁명'은 그것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더 변해야 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변하는 사회, 변하지 못하는 사회로 나누어 기사와 칼럼 등으로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주총에서는 정부의 재벌 개혁과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가 맞물려 지배구조 개편이 큰 관심이었다. 특히 의결권 자문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주주들이 치열한 표 대결을 양상도 보였다.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3월 셋째주는 549개사의 '슈퍼 주총데이'가 치러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논란이 일던 최고경영자 선연임, 오너 일가들의 등기 임원 등록이나 지배구조 개편안이 대부분 회사 측 안건대로 통과됐다.

변함없는 주총장에서 일부 기업들의 소음도 있었지만 역시 무시당한 채 통과의례는 지나갔다. 대한민국의 자본 기득권층은 더욱 공고히 그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삼성전자를 비롯해 500개 넘는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그야말로 슈퍼주총데이였다.

KT 주주총회는 황창규 회장 퇴진을 외치는 고성 속에 40여분 만에 끝났다. 최고경영자 후보를 이사회가 추천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원안 통과됐지만 노조는 반발했다.

정연용  KT노동조합 위원장은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비롯한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을 봤을 때는 연임의 의사를 계속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주식액면을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이 주총을 통과했다. 예정대로면 분할된 주식은 오는  5월4일 거래가 재개된다.

아울러 최근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경영 방향과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견실한 경영실적 달성이 주주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경영 성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세 대표이사를 등기이사로, 최고 재무책임자였던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회장 셀프 연임 논란과 채용비리로 당국과 갈등 중인 금융권 주총도 관심사였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주총장 밖에서 반대집회가 계속되는 와중에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중립에 선 덕에 3연임에 성공했다.

직전까지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해온 김 회장 3연임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가이드라인 노릇을 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견해가 엇갈린 바 있다.

아울러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함께 속해있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재 선임되지 않으면서 김 회장은 1인 사내이사가 됐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무처장은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강행하고 심지어는 채용비리 사태까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보통 이정도 문제가 발생하면 3연임이 아니라 후보자격을 사퇴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K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최대 관심사였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찬성률 4.23%에 그치면서 실패했다. 이번까지 두번째 시도에 두 번 모두 실패했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과 단일 최대 주주(9.62%) 국민연금의 반대로 전체 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찬성했던 터라 오락가락 행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 측은 "이미 노동 전문가인 사외이사가 선임돼 있어 불필요한 중복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문재인 정부 공약의 시험대로 여겨진 만큼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가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의 이사 재선임 건을 주총에 상정한 결과, 통과됐기 때문에 옥중경영 체제가 이어지게 됐다. 앞서 롯데케미칼 주총에서도 신 회장이 재선임됐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지배연구소 등은 신 회장이 최순실 뇌물공여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사내이사직을 이어가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주주들이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신 회장의 재선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하나금융지주 주주 총회가 열리는 서울 명동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로비에서 김정태 회장 3연임 안건 반대 의결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하나금융지주 주주 총회가 열리는 서울 명동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로비에서 김정태 회장 3연임 안건 반대 의결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반면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DGB금융지주 주총에서 "대구은행장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악화된 여론 때문이다.

네이버 주주총회에서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GIO)가 사내이사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 이어 사내이사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앞으로는 GIO 역할만 맡게 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 GIO가 사내이사 지위를 포기한 것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그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GIO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시장독점, 뉴스 부당 편집 등에 대해 추궁을 당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이번 현대건설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자동차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현대차그룹 설명이지만 재계에서는 승계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반조립 사업부를 팔고, 그 자금으로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살 것이라는 등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가 치열한 표대결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백복인 KT&G 사장의 경우 2대 주주 기업은행이 '셀프연임'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경영 실적에 손을 들어준 외국인 투자자의 지지 덕에 연임에 성공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특이한 케이스를 남겼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사내이사를 맡았다. 모회사 회장이 자회사의 사내이사가 된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윤태현 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인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사조그룹의 창업주 고(故) 주인용 회장의 손자이자 오너 2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식품총괄 경영본부장의 재선임됐다.

주총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변화'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변화일 뿐이다. 주주들 역시 해당 논리를 따라서 동조한다. 사회를 위한 '변화'도 한번쯤은 나와야 하는 바람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너 일가의 부도덕한 행위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불의를 일으킨 대가로 풀어내는 사회환원이 아닌 기업가 정신으로 나누는 변화 모습도 기대된다.

한편, 주주들에게 새로운 사업을 알리는 자리도 있었다. 식품회사인 삼양식품은 주총서 '교육 서비스업'을 결의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에 있는 삼양목장 내 연수원을 외부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신규 사업목적에 세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등 6가지를 추가했다. SPC삼립도 천연 및 혼합제로 조미료 제조업, 기타 과실, 채소 가공 및 저장처리업, 기타 비알콜음료 제조업을 새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안건에 대해 결의했다.

국순당도 국내 주류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섬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추가를 결의했다.

앞서 국순당은 전통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박 및 누룩 추출물을 활용, 발효화장품 원료를 연구개발해 왔다.

 

담당업무 : 생활·이슈부
좌우명 : 세상은 이중잣대로 보면 안 되는 '뭔가'가 있다. 바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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